면접에서 결혼·출산 계획을 묻는 등 불쾌한 경험을 한 구직자 10명 중 6명은 연봉과 복지 조건이 좋아도 해당 기업에 입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면접 경험이 있는 구직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가 면접 경험이 나쁘면 입사를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면접 중 불쾌한 질문을 받은 구직자는 66%였고, 가장 많은 유형은 결혼·연애·출산 계획(37%)이었다. 이어 나이·취업 공백(29%), 음주량·회식 참여 여부(14%) 등이 뒤를 이었다. 면접관의 무례한 태도(60%)가 기업 이미지를 나쁘게 만든 주요 이유로 꼽혔다.
이런 구직자들의 반응에 기업들은 채용 과정에서 정보 투명성과 실전형 평가를 강화하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신입 채용부터 자기소개서 서술 항목을 '직무 경험'과 'AI 기반 문제 해결 경험' 2개로 재편하고, 반나절 동안 직무 시나리오를 전용 LLM으로 해결하는 '하프데이 심층면접'을 도입했다. CJ프레시웨이는 입사 전 직무를 체험할 수 있는 설명회를 열어 현직자와의 대화와 구내식당 식사 체험을 제공했다. 스타벅스는 JA코리아와 함께 모의면접, 커리어 상담, 바리스타 체험 등을 제공하는 취업 박람회를 서울과 부산에서 열었다.
하지만 구직자들이 채용 과정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인 임금은 여전히 공개 의무가 없다. 진학사 캐치가 구직자 118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절반(50%)이 연봉이 공개되지 않아 입사 지원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80%는 임금 공개 의무화에 찬성했다. 현행법상 민간 기업은 채용 공고에 임금 수준을 밝히지 않아도 되며, '회사 내규에 따름'이나 '면접 후 협의'라고만 표시해도 법 위반이 아니다. 국회에서는 기업이 채용 광고에 임금 구성 항목과 산정 기준을 공개하도록 하는 채용절차법 개정안이 발의돼 법안소위에 회부된 상태다.
다만 기업들의 채용 방식 변화는 개별 사례에 그치고 있어, 구직자가 면접 과정에서 불쾌한 질문을 받거나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했을 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 임금 공개 의무화 법안은 국회 논의 단계이며, 면접 시 사생활 질문을 금지하는 명확한 기준이나 산업별 가이드라인도 마련되지 않았다. 구직자들이 연봉을 직접 문의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한데, '돈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원자로 보일까 봐'(43%)나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27%)라는 부담 때문이다. 채용 공고의 정보 부족과 면접 경험의 질은 여전히 구직자 개인의 판단에 맡겨진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