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사이, 제보자 신원 공개를 둘러싼 분쟁이 실제 법적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식약처 로비 의혹을 최초로 공익 제보한 조모씨는 지난 7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론인 등 13명을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혐의로 중대범죄수사청에 고소했다. 박 의원이 지난달 11일 민주당 최고회의에서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고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취지다. 현재 개정안은 정무위 법안심사제2소위에 회부된 상태로, 입법 공백 속에서 제보자 보호가 사법 절차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입법의견서를 내고 김남근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의 11월 본회의 처리를 촉구했다. 개정안은 신고자를 압박하거나 보복할 목적으로 제기한 민·형사 소송을 불이익조치에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신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긴 위법 행위의 책임 감면을 임의 규정에서 필수 규정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참여연대가 지난 9월 공익제보자 5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94.7%가 제보 이후 불이익을 겪었다고 답했고, 63.2%는 민·형사 소송을 본인이나 주변인이 겪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번 고소 사건은 중수청의 관할 배제로 경찰 수사로 넘어갔다. 서울중수청 반부패수사국은 지난 23일 박 의원 사건을 서울경찰청에 이첩했다. 수사팀은 해당 사건이 중수청법에서 명시된 중대범죄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조씨의 신원 공개가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서울경찰청의 수사 결과에 달리게 됐다. 조씨는 지난 13일 공익을 목적으로 사건 관련 정보를 공개한 사람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는 국회전자청원도 제출한 상태다.

다만 제도 보완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 10일 국무회의에서 불이익조치가 예상될 때도 보호조치를 신청할 수 있게 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막기 위한 불이익조치 절차 일시정지 제도를 신설하는 두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시 권익위는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제출 시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수사에서 박 의원의 행위가 법 위반으로 인정될지는 미정이며, 개정안 처리 일정과 별개로 이번 사건의 결과가 향후 제보자 보호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