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신림역 인근에서 9년째 순댓국집을 운영해온 박 사장은 건물 새 주인이 "내가 직접 장사하겠다"며 권리금 요청을 거절하자 당황했다. 그러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명확히 보호하며, 이를 방해한 임대인은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권리금이란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노하우, 상가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다음 임차인에게 넘길 때 받는 돈이다. 2015년 5월 상임법 개정으로 이 권리금 회수 기회가 법으로 보호받게 됐다. 대형마트·준대규모점포·국공유건물 같은 대규모 상가 등에 대한 예외는 있지만 일반 상가 임차인이라면 원칙적으로 권리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임대인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는 네 가지다. 첫째,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직접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받는 행위. 둘째,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주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행위. 셋째,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현저히 높은 차임·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넷째,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의 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다. 박 사장 사례처럼 '내가 직접 사용하겠다'는 이유로 계약을 거절하는 것은 네 번째 유형에 해당한다. 대법원(2020. 9. 3. 선고 2018다252441 판결)은 임대인이 스스로 영업할 계획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명확히 판시했다. 즉 임대인은 자신이 직접 사용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계약갱신은 못 해도 권리금은 받을 수 있다. 대법원은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초과하여 계약갱신요구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여전히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진다고 판시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소한의 영업기간'을 보장하는 제도이고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는 오랜 기간 쌓아온 유·무형의 가치를 임차인이 회수할 수 있도록 돕는 별개의 제도다. 두 제도의 목적 자체가 다르다.

권리금 보호에는 중요한 절차 조건이 있다. 임차인이 먼저 신규임차인 후보를 임대인에게 직접 주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대인이 방해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먼저 임차인 쪽에서 다음 임차인을 임대인에게 제시해야 한다. 단 예외가 있다. 임대인이 '어떤 사람을 데려와도 계약 안 하겠다'고 미리 확정적으로 밝힌 경우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아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또한 임대인이 건물 인도만 요구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임대 조건조차 제시하지 않은 경우 주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아 방해 행위를 인정한다.

손해배상은 얼마나 받을 수 있나?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우 임차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배상액의 상한은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이다. 예컨대 신규임차인과 5000만 원의 권리금 계약을 맺었는데 임대인이 방해했다면 최대 5000만 원까지 배상받을 수 있다. 단 손해배상 청구권은 임대차가 종료한 날로부터 3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 시간을 놓치면 청구권 자체가 소멸한다.

모든 임차인이 권리금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다. 상임법 제10조 제1항의 계약갱신 거절 사유에 해당하면 권리금 보호도 적용되지 않는다. 3기(3개월치)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임대인의 동의 없이 건물을 다른 사람에게 무단으로 전대(轉貸)한 경우, 임차인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다.

장변의 돈이 되는 Tip: 권리금 회수를 위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신규임차인 후보를 적극 물색하고 임대인과의 소통을 시작하라. 신규임차인 주선은 반드시 문자·이메일 등 서면으로 남겨야 하며, 임대인의 모든 발언도 문자·녹취로 확보해야 한다. 3년 시효를 반드시 지키고 분쟁 조짐이 보이면 계약 만료 직후 즉시 청구를 준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