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는 외형적 변화를 넘어 개인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여도 공황장애나 우울증이 삶 전체를 흔들 수 있듯 탈모 역시 마찬가지다. 주변에서 '머리가 많이 빠졌다'는 말을 듣기 시작하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외출을 꺼리게 된다.

사회생활 기피와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져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탈모는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가치가 있는 문제다. 폴리페놀팩토리는 KAIST 교원 창업 스타트업으로, 폴리페놀의 접착력을 응용해 헤어케어 제품을 상용화했다. 폴리페놀은 식물 등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생성하는 천연물질로, 홍합의 수중 접착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이해신(52)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가 개발했다.

폴리페놀은 기본적으로 단백질과 잘 결합하며, 샴푸 후 물로 씻어내면 대부분 씻겨 내려가는 일반 성분과 달리 분자 단위로 미세하게 쪼개 모발에 적용하면 샤워기 물살에도 씻겨 나가지 않고 모발 표면에 단단히 달라붙어 코팅층을 형성한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는 폴리페놀 함량을 늘리면 머리카락이 지나치게 뻑뻑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접착력이 강해 모발끼리 서로 달라붙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샴푸 기능뿐 아니라 스타일링 효과까지 고려해 기술을 조정했다. 폴리페놀팩토리는 2023년 창업 이후 30명 규모로 성장했으며, 연구 인력은 전체의 3분의 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헤어 제품을 넘어 눈 건강과 구강 관리 분야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폴리페놀 기술은 궁극적으로 안구건조증 점안액, 구강청결제, 관절염 치료 보조제처럼 '물이 존재하는 모든 의료·헬스케어 영역'으로 제품을 다변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해신 교수는 "과학이 논문이나 실험실 안에 갇혀 있지 않고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삶을 바꾸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대한민국 과학·기술 생태계에 성공적인 선순환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며 "스포츠계에서 손흥민 선수 한 명이 수많은 축구 꿈나무를 만들었듯 과학계에서도 성공한 창업가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