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에서 김윤지 선수는 노르딕스키 5관왕에 오르며 우리나라 장애인 스포츠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동계패럴림픽 무대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를 획득한 그는 동·하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틀어 우리나라 선수로는 역대 최다 메달 기록을 세웠다. 특히 오랫동안 서구 선수들이 지배해온 노르딕스키 종목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점은 더욱 의미가 크다. 김윤지 선수는 동계패럴림픽 이후 많은 인터뷰 요청이 이어지고 있으며, 국민들의 따뜻한 응원을 받고 있다. 그는 "대회 기간에는 실감하지 못했는데 귀국하고 나니 비로소 현실로 다가왔다"며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높은 벽처럼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시작해 보면 그 벽이 생각만큼 높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김윤지 선수는 동계패럴림픽을 앞두고 시즌 동안 꾸준히 몸 상태를 끌어올리며 동메달 하나만 따도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했지만, 바이애슬론 여자 스프린트 좌식 7.5㎞에서 4위를 기록하며 자신감이 생겼다. 그는 "이 정도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시즌 동안 꾸준히 4~6개 종목에 출전해온 덕분에 여러 경기를 소화하는 데 익숙해졌다"고 설명했다. 체력 관리 비법에 대해서는 "경기 전후에는 탄수화물을 충분히 보충하고 수분 섭취에도 신경 쓰며 컨디션을 유지한다"며 "출전 종목의 거리와 특성에 맞춰 경기 전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스키 모두 욕심이 있지만 재미 면에서는 바이애슬론이 더 좋다고 했다.

노르딕스키 훈련 강도는 상당하다. 이번 시즌에는 총 299일 동안 훈련을 진행했으며, 롤러스키(하계)와 설상스키(동계)를 병행해 훈련한다. 시즌 중반에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 각각 3~4시간씩 훈련을 진행하며, 훈련 주차가 쌓일수록 강도와 깊이를 점차 높여간다. 근력운동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인터벌 트레이닝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김윤지 선수는 중학교 3학년 겨울에 노르딕스키를 처음 접했으며, 당시 서울시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 감독님이 '총도 쏘고 스키도 같이 탈 수 있는 종목'이라고 소개해줬다. 처음에는 꿈나무 캠프인 줄 알고 지원했지만 알고 보니 본격적인 훈련이었고 대회 출전까지 해야 했다.

하계 시즌에는 수영선수로도 활동했다. 2023년까지 수영과 노르딕스키를 병행하다가 이후에는 노르딕스키에 집중하고 있다. 수영은 초 단위로 페이스를 조절하는 훈련이 중심이기 때문에 노르딕스키로 전향한 이후에도 페이스 조절에 큰 도움이 됐다. 또한 두 종목 모두 근력과 유산소 능력이 중요하다는 공통점이 있어 이전에 쌓아온 기초체력과 지구력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스마일리'라는 별명은 패럴림픽 당시 장비 검사관이 코치님께 "이 총이 스마일리 총이냐"고 물으면서 시작됐다. 김윤지 선수는 "힘든 순간마다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스스로 선택한 길인 만큼 어려움에 책임지고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로스컨트리스키 여자 20㎞ 인터벌 스타트 좌식에 첫 도전해서 금메달을 땄다. 20㎞ 종목은 한 번도 도전해본 적이 없었으며, 체력 부담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감독님은 출전을 반대했다. 눈과 비가 내린 뒤라 코스도 상당히 질퍽한 상태였지만 마지막 경기여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 경기 중반부터는 코치님들이 페이스 체크도 안 해주셨는데 결승선을 통과하고 보니 1위였다. 그는 "순위를 인식하면 페이스 조절이 안 될까 봐 일부러 그러셨다고 한다"며 "마음 편하게 탔던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윤지 선수는 "장애인 중에는 스포츠를 하나의 높은 벽처럼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동계 종목은 접할 기회가 적어 더 어렵게 생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벽을 넘는 경험을 하면 그다음은 훨씬 수월해진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도전하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또한 "많은 장애인 학생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진학하고 있는 만큼 학생 시기부터 다양한 체육활동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소한 목표일 수 있지만 친구들과 카페나 노래방에 가는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싶다"며 "운전면허를 따는 것도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