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에 쏘인 직후 운전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부부를 치어 60대 여성을 숨지게 한 60대 운전자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2단독(판사 심재광)은 6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4년 10월 20일 오후 5시 57분쯤 경기 남양주시 한 교차로에서 자신의 SUV를 몰고 좌회전 신호에 직진해 횡단보도를 건너던 부부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았다. 사고로 60대 여성이 현장에서 숨졌고, 남편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재판부는 A씨가 사고 당시 벌에 쏘인 뒤 아나필락시스성 쇼크로 의식 소실 등 증상이 나타나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A씨가 제출한 진료기록에는 사고 후 응급실 이송 중 측정된 수축기 혈압이 80㎜Hg대로 기록됐고, 담당 의사는 '아나필락시스성 쇼크, 과민성 쇼크'로 진단했다. 법원이 외부에 의뢰한 진료기록 감정촉탁에서도 "벌에 쏘인 후 20~30분 이내에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나필락시스 발생 시간대와 의학적으로 양립이 가능하고, 벌쏘임이라는 명확한 유발 요인과 혈압 저하, 피부 증상을 종합하면 임상적으로 아나필락시스 진단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운전 중 갑작스러운 신체 이상으로 사고를 낸 경우, 그 원인이 의학적으로 입증되면 형사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기준을 보여준다. 재판부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제10조 제1항을 적용했다. 다만 이는 벌 쏘임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성 쇼크가 의식 소실로 이어졌고, 사고 발생 시간대와 증상이 의학적으로 부합한다는 점이 인정된 사례다. 운전자는 벌에 쏘인 뒤 어지럼증, 호흡 곤란, 식은땀, 전신 두드러기 등 아나필락시스 쇼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운전을 중단하고 정차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다만 이번 판결이 모든 벌 쏘임 사고에 무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 어지러움이나 경미한 통증 수준에서는 심신상실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고, 사고 당시 의식 소실 여부와 시간적 근접성 등이 핵심 기준이 된다. 운전 중 벌에 쏘였다면 즉시 갓길에 정차하고 119에 신고해 의료 조치를 받는 것이 법적 책임을 피하는 동시에 안전을 지키는 방법이다. 이번 판결은 특정 사례에 한정된 것이므로, 유사 상황에서도 구체적 의료 기록과 감정 결과가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