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뱃속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뒤 태어난 태아기 노출자 33명이 여전히 피해 여부를 통보받지 못한 채 수년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14일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 8097명 중 판정이 끝나지 않은 75명의 44%인 33명이 태아기 노출자로 확인됐다. 이 중 29명(87.9%)은 피해구제를 신청한 지 5년이 넘었고, 3년 이상이 2명, 1년 이상과 1년 이하가 각각 1명이다.

지난 8일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제도는 국가와 기업이 함께 책임지는 손해배상 체계로 전환됐다. 2024년 6월 대법원이 제조업체뿐 아니라 화학물질 유해성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에도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태아기 노출자에 대해 "인과관계에 관한 연구 결과 부재로 판정이 불가능하다"고 밝혀, 새 체계에서도 이들이 배상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태아기 노출 출생아처럼 기존 기준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피해에 대해서는 관련 연구를 서둘러 판정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판정 전에도 필요한 건강관리가 이어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태아기·영유아기 노출에 따른 산모와 출생아의 개인별 건강피해를 종합적으로 심사해 피해를 인정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으나, 실제 판정은 지연되고 있다.

다만 새 배상 체계에서도 기존에 피해를 인정받은 사람은 별도 소송 없이 배상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치료비, 간병비, 장해·유족배상, 위자료 등을 받을 수 있다. 배상 심의 신청은 내년 4월 7일까지 6개월간 받으며, 기존 피해자는 온라인에서 서류 활용에 동의하면 배상 신청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태아기 노출자처럼 판정이 보류된 경우에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배상 절차에 나아갈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