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교실 대화를 녹음한 학부모는, 그 파일을 법정 증거로 쓸 수 없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부산의 초등학교 교사 A씨의 아동학대 혐의 사건에서 학부모가 확보한 녹음 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위법 증거라며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다만 이와 별개로 확보된 피해 아동의 진술은 유효한 증거로 인정해,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9세 학생에게 "너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 "공부를 그렇게 못하면 되겠냐"는 등의 발언을 반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피해 아동과 부모의 법정 진술, 같은 반 학생 설문조사 등을 근거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녹음 파일은 증거에서 배제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녹음 파일뿐 아니라 이를 토대로 작성된 진술서와 법정 진술도 '2차 증거'라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2심은 피해 아동이 조사 단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술했고, 1심이 녹음 파일에 의존해 유죄를 판단했다고 볼 사정이 없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의 모친이 피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위법한 방법으로 교실 내 대화를 녹음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해 아동이나 보호자의 진술까지 증거능력을 배척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이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과 2차 증거의 증거능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다만 이번 판결은 위법한 녹음 행위 자체를 용인하는 것이 아니다. A씨는 2심에서 일부 혐의가 정서적 학대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받아 형량이 벌금 500만원으로 낮아졌고,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령받았다. 학부모가 자녀 보호를 위해 녹음기를 사용하더라도 그 파일은 증거로 쓸 수 없고, 오히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별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피해 아동의 진술이 인정되려면 조사와 법정에서 일관된 진술이 독립적으로 확보돼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