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야간에 열이 나거나 입원이 필요할 때, 가까운 소아청소년병원이 문을 열고 있을지 걱정하는 부모라면 이번 조사 결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회원 병원 7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인력 실태조사에서, 진료 유지에 필요한 전문의가 부족하다고 답한 병원이 74.6%(53곳)에 달했다. 전문의가 충분하다는 응답은 25.4%(18곳)에 그쳤다. 이는 단순한 인력난 통계가 아니라, 지역 아이들이 응급·야간 진료를 이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신호다.
부족한 전문의를 채우지 못한 병원들은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 최근 3년 안에 전문의 부족으로 진료를 줄이거나 멈춘 적이 있다는 병원이 60.6%(43곳)였고, 그중 야간 진료 축소·중단이 33.8%로 가장 많았다. 외래 진료시간 단축(29.6%), 휴일 진료 축소·중단(28.2%), 입원 병상 축소(23.9%)가 뒤를 이었다. 입원 진료를 아예 중단한 곳도 1곳 있었다. 이 같은 진료 축소는 채용 실패의 직접적인 결과로, 대표원장들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병원의 대표원장 43.7%가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고 있으며, 이들 중 96.8%는 야간·휴일·입원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문제는 인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 안에 전문의 채용을 시도한 병원은 95.8%(68곳)에 달했지만, 6개월 안에 채용한 곳은 27.9%(19곳)에 불과했다. 6개월~1년 미만이 27.9%, 1년 이상이 11.8%, 아직 채용하지 못한 곳이 32.4%였다. 채용을 시도한 병원 10곳 중 7곳(72.1%)이 6개월 넘게 걸렸거나 아직 뽑지 못한 셈이다. 충원 실패 이유로는 '지원자가 없다'(86.8%)가 가장 많았고, '지원자가 야간·휴일·입원 근무를 꺼린다'(71.7%), '지원자가 요구하는 급여를 감당하기 어렵다'(58.5%)가 뒤를 이었다. 전문의 1인당 급여가 최근 5년 사이 30% 이상 오른 병원이 57.7%에 달하는데도 채용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인력과 채용 여건이 이어질 경우 현재 진료(야간·휴일·입원 포함)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묻는 질문에 응답 병원의 52.1%가 '4년 미만'이라고 답했다. 2년 미만이 28.2%, 2~4년 미만이 23.9%였다. 4~6년 미만은 15.5%, 6~10년 미만은 7.0%, 10년 이상은 2.8%에 그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22.5%였다. 이는 부모가 아이의 진료를 위해 지금 병원을 찾을 때, 그 병원이 4년 안에 문을 닫거나 야간·입원 서비스를 줄일 가능성이 절반에 가깝다는 뜻이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정부에 야간·휴일·입원 진료를 유지하는 병원에 대한 별도 보상과 소아 진료 중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 소아병동의 간호 필요도를 반영한 간호인력 기준과 지원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