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안에서 번식력이 강한 불가사리와 성게는 조개, 전복, 해조류를 먹어치워 어업 피해를 일으키고 바다사막화를 초래하는 해적생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피해를 일으키자 지방자치단체는 어민들로부터 수매 후 폐기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적생물이 오명을 벗고 새로운 산업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능성 의류의 원료인 탄산칼슘이 불가사리와 성게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패션테크 스타트업 '쿨베어스'는 이 성분을 섬유에 적용해 땀과 염분에 강한 기능성 소재를 개발했다. 수년간의 조사와 실험이 쌓인 결과로, 기존 의류보다 20~30% 내구성이 높아 교체 주기를 줄이고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해양 폐기물을 자원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크다.
쿨베어스는 2025년 해양수산부의 해양수산신기술(NET) 인증을 받았다. NET는 해수부가 해양수산 분야에서 최초로 개발됐거나 기존 기술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유망 기술을 공식 인증하는 제도다. 조달청 혁신제품 인증도 받아 공공 분야에서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군·해양경찰·소방 등 염분과 땀에 자주 노출되는 분야에서 사용될 전망이다. 향후 해적생물을 활용해 만든 기능성 티셔츠와 근무복, 속옷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이민재 쿨베어스 대표는 "친환경적이면서도 섬유의 내구성을 높일 방법을 찾던 중 탄산칼슘에 주목했고 수백 번의 실험을 거쳐 3년 만에 제품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불가사리와 성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탄산칼슘을 잘게 분쇄해 사용하며, 실을 만드는 과정이나 원단 후가공 단계에서 이를 첨가한다. 기술 개발에는 약 3년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3톤 분량의 불가사리와 성게를 사용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입자를 균일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자연물인 불가사리와 성게 껍데기는 수분 함량이나 불순물, 입자 크기가 일정하지 않아 탄산칼슘을 2㎛ 이하로 맞추는 과정이 까다로웠다. 섬유 적용 과정에서도 실이 자꾸 끊어지거나 원단에 침투가 잘 되지 않아 수백 번 반복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 비용은 기술 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받았고 고가 장비는 연구기관에서 대여해 활용했다. 우리나라는 스타트업을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어떤 장비가 어디에 있는지 검색할 수 있는 플랫폼도 있다. 초기 연구 과정에서 위탁기관과 협력해 기초연구를 진행했으며, 내부적으로 친환경 섬유 분야에서 30~40년 경력을 가진 전문가가 함께해 큰 힘이 됐다. 내구성 시험 결과 땀이나 바닷물에 노출되는 상황을 고려해 염소처리를 했을 때 옷의 강도, 마모도 등 총 6개 항목에서 기존 섬유 대비 약 20~30% 향상된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섬유의 수명이 늘어나고 구매 횟수와 폐기 비용이 줄어들며, 옷 수거·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에 따른 비용까지 고려해 티셔츠 100벌 기준 약 37만 원 정도의 환경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판매하지 않은 이유는 조달 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혁신제품 인증을 먼저 취득했기 때문이다. 이 인증은 아직 사업화가 되지 않은 제품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판매를 미뤄왔다. 이제 인증을 받은 만큼 생산라인을 가동해 본격적인 판매를 준비할 계획이다. 해적생물 외에도 친환경적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 운영 중인 골프웨어 브랜드를 통해 플라스틱과 폐어망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상의 한 벌에는 페트병 약 21개, 모자에는 약 6개가 사용되며, 버려지는 나일론을 재활용한 의류도 만든다. 단순히 업사이클한 게 아니라 강도, 탄성 및 내구성 등 기능성까지 고려해 제품을 만든다. '써보니 좋은데 친환경적이라 더 좋다'는 고객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
환경 기부 활동에도 참여했다. 사업 초기 글로벌 환경보호 네트워크 '1% FOR THE PLANET'에 수익 일부를 기부했으나 재무적 부담으로 오래 유지하진 못했다. '청년층에 기회를 주면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학창 시절부터 기부 활동을 이어왔으며,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는 세계 각국의 음식을 팔아 수익금을 기부한 적도 있다. 사회와 국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지금도 조개껍데기, 굴 패각 등을 활용한 새로운 소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5월 10일은 '바다식목일'로, 우리 정부가 세계 최초로 지정한 날이다. 바닷속에도 나무를 심는 이 날은 갯녹음 현상으로 인한 바다사막화를 막기 위해 해조류를 심어 바다숲을 조성하는 날이다.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으로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가 암반을 하얗게 뒤덮는 갯녹음 현상이 발생하면 해조류가 줄어들어 바다생물의 먹이와 서식 환경이 무너져 해양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막기 위해 갯녹음이 발생한 해저 암반을 청소한 후 해조류를 심거나 씨앗을 뿌리는 방식으로 바다숲을 조성한다. 바다숲은 수산생물의 먹이이자 산란·서식처 역할을 하며 온실가스 저감과 해양 오염물질 정화 기능도 한다.
국내 바다숲 조성사업은 2009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 연안 총 281곳에서 진행됐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수산자원공단은 3월 '바다숲 민간참여 점검단'을 꾸려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학계, NGO, 어업인, 협회 및 일반인 등 총 14명으로 구성된 점검단은 바다숲 현장의 실태를 확인하고 관리 개선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바다식목일을 통해 해양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쿨베어스의 해적생물 활용 기술처럼 해양 폐기물을 자원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