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탄소감축이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 철강 등 다양한 제품과 소재로 그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국제 협력 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기후 대응과 통상 정책을 연계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기업들은 탄소 감축 기술 확보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이처럼 기후 변화 대응이 통상 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단기적인 규제나 기술 지원에 대한 명확한 정책 신호 없이도 기후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하여 투자 의사결정을 돕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결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이에 따른 국내외 후속 조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국가 정책 수립에도 기여해야 한다.

기후-통상 연계,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난 30년간 국제사회는 각국의 사정을 고려하며 기후변화 대응 속도를 조절해왔지만, 기후위기 대응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국제 협력 기반이 약화되고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기후 변화 규범이 파편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 흐름 속에서 미국과 EU는 기후 대응과 통상 정책을 연계하는 정책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는 그 이행 결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투자가 본격화되고,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보고 의무가 시행되는 등 다양한 기후-통상 연계 법안들이 입법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은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이제는 수출 제품의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시행된 프랑스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전기차 보조금을 자동차 부품 생산 및 조립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이 적을수록 유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한국 기업의 탈탄소화 속도가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탄소 감축 전략 수립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기후 기술 확보, 기업 성장의 핵심 동력

기후-통상 연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은 바로 기후 기술 확보에 있다. 2022년 5월, 글로벌 투자 회사 및 에너지 기업 경영진 58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향후 18개월 내 투자 분야로 ‘탈탄소/저탄소 기술’이 42%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단기 투자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최근 2~3년간 예상치 못한 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 중립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9월, 전 세계 투자 회사 및 에너지 기업 경영진 45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0%가 에너지 전환 전략에 기존보다 더 집중하거나 이를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에너지 전환 투자를 지속하거나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기조는 세 가지 주요 동인에 의해 뒷받침된다.

첫째, 기술 가격 하락과 확산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태양광 설비 가격은 지난 10년간 1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이러한 가격 하락은 보급 확산을 촉진하고, 다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을 더욱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신규 발전소 설치 용량의 5분의 4가 재생에너지였으며, 2023년에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 용량 510GW 중 태양광이 4분의 3을 차지했다.

둘째, 앞서 언급한 기후-통상 연계 가시화와 더불어 산업 정책 확산이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경제 위기와 국가 간 경쟁 심화 속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늘어나고 있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EU의 탄소중립산업법(NZIA) 등에 기반한 정부 지원은 탄소 중립에 대한 경제성을 높여 자국 내 관련 투자를 활성화하고 있다.

셋째,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는 강한 의지가 기후 기술 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1만6200TEU급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명명식이 울산에서 진행되었다. 이는 세계적인 해운 그룹 AP몰러-머스크(이하 머스크)가 발주한 선박으로, 메탄올은 탄소 등 오염 물질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박 연료이다. 머스크는 연료 수급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해운 시장 선점을 위해 고가의 선박 발주를 먼저 진행했다.

한국 기업, 기후 기술 확보의 새로운 해법을 찾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탄소 중립 흐름에서 몇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은 전력망이 다른 국가와 연결되지 않은 고립된 형태이며, 전력 시장이 개방되지 않아 유연성이 떨어지고, 자연 자원이 제한적이라는 특징 때문에 글로벌 기술 가격 하락 효과가 기업에 충분히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산업 정책 확산 측면에서는 수출 지장을 최소화하려는 방어적인 대응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탄소 중립 투자 활성화로의 연계가 상대적으로 둔감한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선점 투자가 ‘first mover’보다 ‘fast follower’ 전략에 익숙한 한국 기업에게는 다소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탄소 중립 전략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단기 감축 규제 및 기술 지원에 대한 정책 신호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기후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의 투자 의사결정을 돕는 특허 빅데이터 활용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체 기술 정보의 80%를 설명하는 특허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문이나 전문가 인터뷰 등을 보완하여 특허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210만 건 이상의 기후 기술 관련 특허 데이터를 분석하여 유망 분야 선정, 핵심 기술 파악, 접목 기술 색인, 기술 벤치마킹, M&A 타겟팅, 기술 가치 평가 등에 활용한다면, 기후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 및 투자 의사결정 시 불확실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에 따르면, 2050년 글로벌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술 중 35%는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거나 시장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술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전기화, 에너지 효율, 수소, 탄소 제거 등 다양한 기후 기술 분야에서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 상당수 존재함을 의미하며, 여전히 시장 선점의 기회가 열려 있음을 시사한다.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2023년 12월 두바이에서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결정문에는 198개 당사국들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2배 개선하는 등,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하고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합의사항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30년 국가 감축 목표 달성 경과를 포함한 격년 투명성 보고서를 2024년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하며, 기존 2030년 국가 감축 목표(40%)보다 더 야심 찬 2035년 국가 감축 목표를 2025년까지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국제적 약속 이행을 위해 한국 정부는 2024년 내에 향후 15년간의 에너지 전환 청사진을 제시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해야 한다. 또한,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의 제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 기간 동안 국내 다배출 기업에 대한 배출 기준 및 허용량을 정하는 기본 계획 확정 및 할당 계획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가 수립해야 하는 이러한 국가 법정 계획들은 COP28 결정문 및 유엔에 제출할 국가 감축 목표와의 정합성을 고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국제사회의 합의는 한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촉발하고, 결과적으로 기업에 대한 기후 변화 대응 요구를 더욱 증대시킬 것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기후-통상 연계 가시화, 기후 기술 경쟁 가속화의 동인, 한국의 특수성과 기업의 기후 기술 확보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COP28 결과에 따른 국내외 후속 조치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전략을 지속적으로 갱신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국내외 정책 및 전략 형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모호한 정책에 대한 정확한 의도 파악, 민간 실무 현황을 정부 및 입법 담당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고객사 및 공급망 파트너들과의 전략적 협력이 필수적인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