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우리 동네의 정책이 우리에게 어떤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지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은 과연 무엇일까요? 답은 바로 ‘생태계’에 있습니다. 세상일의 대부분이 각기 고유의 생태계 안에서 돌아간다는 사실을 간과한 정책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먼저 우리 지역의 ‘종 다양성’ 확보가 중요합니다. 마치 생태계 전체를 지탱하는 다양한 종들처럼, 서로 다른 직업군과 산업이 얽히고설켜야 지역 경제가 튼튼해집니다. 한 가지 산업이나 직종에만 의존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아일랜드 대기근이 단일 품종 감자에 의존했던 생태계가 무너져 발생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다음으로는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이 원활해야 합니다. 이는 지역 내에서 돈과 사람이 돌고 도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넘어, 그 일자리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지역 내 소비로 이어지고, 다시 새로운 일자리나 사업 기회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합니다. 태양 에너지가 식물을 거쳐 다른 생명체로 이어지는 것처럼, 지역 경제의 순환이 멈추면 생태계는 무너집니다.
마지막으로, ‘개방성과 연결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닫힌 생태계는 발전이 더딥니다. 외부와의 교류, 즉 다른 지역이나 도시와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 기술, 인력을 받아들일 때 지역은 더욱 생명력을 얻습니다. 마치 유전적 다양성이 생태계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처럼, 지역 역시 외부와의 건강한 교류를 통해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허허벌판에 혁신도시를 만들었지만, 배우자가 일할 자리가 없어 젊은 부부가 내려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신도심에 아파트만 무분별하게 지어 원도심이 유령도시처럼 변해버린 지방 도시들도 많습니다. 자동차가 없으면 출퇴근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청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통근 전철’과 같은 교통망 구축은 번번이 난항을 겪습니다.
심지어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이러한 생태계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습니다.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뒤처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생태계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입니다. IP 파트너의 숫자나 패키징 기술 등에서 TSMC의 생태계에 크게 뒤처져 있습니다. 칩 설계부터 최종 생산까지 이어지는 각 단계의 전문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빌 클린턴이 미국의 경제 상황을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고 명명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국내 문제로 돌렸던 것처럼, 이제 우리 지역의 문제도 ‘생태계’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지역 발전 정책이 진정으로 시민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지역의 고유한 생태계를 살피고 이를 번성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해가 지면 귀신 나올지 두려운 원도심, 독수공방의 혁신도시를 만드는 정책이 아닌, 시민들이 실제로 삶의 변화를 느끼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생태계 중심’의 발전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