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직을 잃을 뻔했던 오세훈 시장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23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 재판부는 지난 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같은 혐의 항소심에서도 1심 유죄를 뒤집은 바 있다. '명태균 여론조사'를 둘러싼 두 고위 정치인의 하급심 판단이 모두 무죄로 수렴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일한 직접 증거인 명태균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오 시장과 강 전 부시장, 명씨 사이 몇 차례 만남이 있었고 선거캠프와 명씨 사이 여론조사 결과가 일부 공유됐으며, 김씨가 명씨 측에 여러 차례 돈을 지급한 사실이 객관적 증거로 명백히 인정된다"면서도 "유일한 직접증거인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의 단편적인 사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심이 인정한 여론조사 10건 중 5건에 대한 의뢰와 2100만원 비용 대납 사실도 이 기준에서 뒤집혔다.

구 부장판사는 선고 말미에 형사재판의 엄격한 증명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형사재판에서 범죄 사실에 대한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한다"며 "검사의 입증이 이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를 비롯해 피고인의 주장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로 의심이 가더라도 결국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간접증거를 종합해 범죄사실을 인정하더라도 그 추론 역시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했다.

다만 이번 판결로 형사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검찰이 두 사건 모두에서 상고할 경우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다. 특히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 1심이 인정한 '순차적·암묵적 의사합치'를 항소심이 증거 부족으로 배척한 만큼, 상고심에서 의사합치 인정 범위가 다시 다뤄질 수 있다. 오 시장 사건 역시 1심이 시장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던 터라, 검찰의 상고 여부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오 시장의 공직 지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