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자산을 책임지는 국민연금 기금이 최근 증시 급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국민연금이 지난 15일 기준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 287곳의 주식 평가액은 333조 5천억 원으로, 6월 말 515조 9천억 원과 비교해 3달 반 만에 182조 원 넘게 증발했다. 이는 2024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의 감소로, 감소액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평가액 감소분이 약 131조 원으로 전체 손실의 72%를 차지했다.
이번 손실은 올해 상반기 급등장에서 얻은 수익을 사실상 대부분 반납한 결과다. 국민연금은 4월 1일부터 7월 6일까지 역대급인 189조 원의 수익을 기록했지만, 한 분기 만에 이를 고스란히 내줬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급등장이 이어지던 지난 1월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5월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대폭 상향하면서 하락장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화여대 석병훈 교수는 "주가 급등 때 리밸런싱 원칙을 지켰다면 과열을 막고 이익을 실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7월부터 리밸런싱이 재개되면서 국민연금은 하락장에서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지난 8월 이후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달에는 이미 2천억 원 가까이 매도했다. 다만 우리은행 박석현 연구원은 "비중 조정 관점에서 연금이 곧 매수로 돌아설 여건을 기대하기 어렵고, 결정적인 수급 포인트로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외국인 매도세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의 매수 여력도 줄어들고, 국민연금마저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수급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의 순매도 행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이번 평가액 감소가 장기 연금 재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장 변동성이 계속되는 한 추가 손실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