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불안정한 미래,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까지. 우리 사회는 지금 유례없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많은 이들이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사치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대한민국은 이미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온 저력을 가진 나라라는 사실이다. K-pop, K-drama, K-food가 세계를 휩쓸고, 경제적으로도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우리의 성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해외에서 온 외국인들이 놀라워하는 대한민국의 질서, 시민의식, 안전함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지만 사실은 매우 특별한 자산이다.

이러한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우리는 행복지수가 낮다는 역설을 경험하고 있다. 어쩌면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성장이 아닌, 삶의 가치를 회복하고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이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화를 이루고, 민주화를 쟁취했으며, 가난 속에서도 자녀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우리 부모들의 끈기와 저력은 바로 우리 민족 속에 깊숙이 자리한 ‘희망의 유전자’ 덕분이다.

이제 우리는 이 어려운 현실 앞에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수많은 위기를 이겨낸 그 ‘희망의 유전자’를 다시 꺼내 들 것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답은 분명하다. 우리는 할 수 있고, 이미 수없이 해냈다. 우리가 맞서야 할 것은 외부의 위협뿐 아니라 우리 마음속의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이다.

새 정부는 특정 지역이나 집단의 정부가 아닌, 우리 모두의 정부이자 대통령이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희생과 열정을 기억하고, 우리가 가진 열정과 에너지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 창의성, 근면성, 공동체 정신은 사회를 다시 한번 도약시킬 소중한 자산이다. 정부는 국민을 믿고, 국민은 정부의 진정성과 방향성을 신뢰할 때 진정한 회복이 가능하다. 우리 마음속 ‘희망의 씨앗’이 자랄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고 햇살을 비추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다.

앞으로도 많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이제는 ‘혼자 버티는’ 시간이 아닌 ‘함께 걸어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앞만 보고 달려온 길 위에서 잠시 멈춰, 옆에 있는 사람을 살펴야 할 때다. 지친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고, 우리 또한 누군가의 손에 의지해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건강한 사회다. 우리 속에 간직한 희망의 유전자는 오랜 고난과 좌절 속에서도 살아남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가슴 속에 뜨겁게 살아 있다. 이제는 그 유전자를 다시 꺼내 들 시간이다.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지난 10여 년간 직장인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2024년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