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의 잦은 사고로 힘겨워하는 시민들을 위해, 정부가 산업재해 대응 방식을 ‘예방’에서 ‘예측’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본격화한다. 이제 인공지능(AI)이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판단하는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어, 더 빠르고 정확한 안전 관리가 가능해진다. 작업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기술 설계로, 우리 모두가 더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AI, 위험을 미리 감지하여 사고를 막는다**
우리나라에서는 2023년 한 해 동안 약 13만 6천 명의 산업재해자가 발생했으며, 2천 명 가까운 안타까운 사망 사고가 있었다. 특히 광업, 건설업, 제조업 분야에서 사고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특정 업종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산업 전반의 구조와 문화, 기술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전 세계적으로도 매년 약 270만 명이 산업재해나 직업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으며, 이는 15초마다 한 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생명을 잃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2025년부터 ‘제조안전고도화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AI 기술을 활용하여 사고 발생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기에는 이차전지, 석유화학, 섬유 등 사고 규모가 크고 반복되는 유형이 뚜렷한 업종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2024년 6월 화성시의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사고는 31명의 사상자를 내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AI 기반 안전 시스템, 이론 넘어 실증 단계로**
AI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년간 축적된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판단하도록 학습하는 시스템은 이제 이론 단계를 넘어 실증 단계에 진입했다. 예를 들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끼임 사고는 총 3만 8584건에 달했다. 이러한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면 끼임 사고의 위험성을 미리 감지하고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제조안전 얼라이언스’를 통해 기업, 연구기관, 지자체가 협력하여 데이터를 공유하고 현장에서 기술을 실증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협업은 기술이 현장의 특수성을 잘 반영하고 실제 적용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미 조선업계에서는 AI 기반 안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해외 수출로 연결하는 성공 사례도 있다.
**기술만으로는 부족, 작업자의 목소리와 문화가 중요**
산업 현장의 환경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작업자도 다양해지고 있으며, 변화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안전은 단순히 숙련이나 경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 되고 있다. AI와 같은 기술은 예측과 판단의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현장에 잘 적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업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
산업안전은 단순히 최첨단 자동화 기기나 정교한 시스템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를 운영하고 적용하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을 보호하려는 조직의 의지와 문화가 함께 만들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안전이 가능하다. AI 기술은 작업자의 스트레스, 행동 이상, 피로도 등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고령자, 외국인 근로자, 신규 인력 등 다양한 취약계층을 고려한 포용적인 기술 개발도 필수적이다.
**안전은 모두의 책임, 관심과 노력이 필요**
결국 모든 기술 발전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산업안전 기술은 설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이다.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현장 구성원의 인식과 조직 문화가 변화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기술, 정책, 사람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진정한 안전의 변화가 현실이 될 수 있다.
매일 반복되는 산업 현장의 노동이 더 이상 생명의 위험과 맞바꾸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술은 이러한 바람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일 뿐이며, 결국 그 중심에는 사람과 사회 전체의 선택이 자리한다. 산업안전은 특정 업종만의 과제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된 산업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한 현장의 사고는 국가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산업안전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낯선 현장의 위험에도 귀를 기울이는 태도가 바로 이 시대의 안전 문화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산업재해는 우리 사회의 기술 역량뿐만 아니라 윤리적 성숙도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책임이며, 예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