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세계 최저 출산율이라는 인구 구조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지역 소멸, 경제 성장 둔화, 사회복지 부담 증가 등 미래 사회 전반에 걸친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위기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태어나기 좋은 도시, 부모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출생률 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한 인천시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인천시는 높은 주거 비용과 육아 시설 접근성의 불균형으로 정책 효과가 제한적인 서울과는 달리, 산후조리원 비용 최대 150만 원 지원, 첫째 아이부터 육아수당 지급, ‘아이 플러스 시리즈’, ‘천사지원금’ 지급, 육아종합지원센터 확대 등 시민들이 체감하고 실제로 도움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들을 통해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이는 정책의 총액보다는 시민들이 얼마나 쉽게 정책에 접근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가 출산 결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인천시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브랜드화를 통해 육아지원 정책을 체계화하고 있습니다. 공공어린이집 비율을 확대하고, 부모 교육 및 심리 지원을 강화하며, 인천시만의 특별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부모들의 양육 불안을 줄이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양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2024년 출산 의향이 68.5%로 전년 대비 12% 상승했지만, 정책들이 분산되어 있고 육아가 고립되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을 해결할 대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과밀 지역에서도 돌봄 공백 해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실효성이 높았던 육아 정책들의 공통점은 ‘생활 밀착형 정책’과 ‘민간-공공 협력 체계’입니다. 아산시의 ‘100원 택시-산모 전용’, 인천시의 ‘가족친화 인증제’, 광주시의 ‘출산축하용품 패키지 제공’ 등은 적은 예산으로도 큰 호응을 얻으며 중소도시들이 참고할 만한 좋은 정책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아빠 육아휴직 장려, 탄력근무제 의무화, 출산 직후 부모 상담 서비스 등은 단기적인 출산율 개선뿐 아니라 장기적인 양육 지속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가 중요합니다. 첫째, 정부나 지자체의 정권이 바뀌더라도 출산 정책이 단절되지 않도록 국가 기본법에 근거한 통합 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둘째, 기업과의 파트너십 강화가 시급합니다. 육아휴직 및 유연근무제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가족친화기업 인증 및 조직문화 변화, 정책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하며,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됩니다. 셋째, 출산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공동의 책임이라는 시민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아이 키우는 것이 손해’라는 인식을 ‘기쁨’으로 바꾸는 건강한 문화적 전환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도시는 단순히 출산율이 높은 도시가 아니라, 아이 키우는 것이 자랑스러운 도시, 부모가 존중받는 도시, 함께 돌보는 공동체가 살아있는 도시입니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는 공공보육, 안전한 양육 환경, 촘촘한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있는 곳입니다. 부모가 행복한 도시는 일과 육아의 균형을 지원하는 기업문화와 아이 키우는 부모를 지지하고 인정하는 지역사회 문화가 정착된 곳입니다. 아이 낳고 살고 싶은 도시는 출산 결심부터 양육 전 과정을 함께하는 행정과 미래가 있는 곳이며, 자랑하고 싶은 도시는 부모와 아이가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제공받는 곳입니다.
이러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바로 저출생을 극복하는 길이자,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저출생은 분명 우리 사회의 위기이지만, 이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재설계할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정부 정책을 바탕으로 각 지자체, 기업, 시민들이 역할을 나누고 현재와 미래의 공동체 회복에 협력한다면, 아이들이 웃으며 자랄 수 있는 사회는 결코 멀지 않습니다.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김기탁 소장은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자문위원이자 가치자람사회적협동조합에서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활동을 통해 세 아이와 소통하는 아빠로 성장했으며, 아빠 육아와 남성 육아휴직 인식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