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국민들은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국민들이 새 정부에 거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재명 정부는 민주화 이후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한 역대 최강의 정부라는 평가와 함께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대선 결과는 1~2위 후보 간 득표차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고, 이재명 후보는 과반 득표에 실패하며 견고한 반 이재명 정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오히려 이재명 정부는 역대 최악의 대내외 환경에서 시작했다는 평가가 진실에 가깝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으로 내수 경제는 침체되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통상 환경이 악화되었으며, 껄끄러운 주변국들과의 외교 복원도 난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중차대한 역할이 주어졌다.
역설적이게도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지 못한 것이 오히려 국민 통합적인 정국 운영을 강제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정의를 위한 통합 정부, 유연한 실용 정부가 되겠다”고 선언하며, 진영을 망라한 국민 지지가 없다면 국정 추진 동력이 약해지고 개혁이 좌초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했다.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발언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 통합 노력과 실용주의 노선이 진심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사에서는 실용주의 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키는 등 보수 진영의 인사라도 능력만 있다면 적극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시민이 직접 공직자를 추천하는 국민추천제를 실시해 약 7만 4천여 건의 추천이 접수되었고, 일부 공직자는 국민 추천 후보군에서 발탁하기도 했다. 다른 정권과 비교했을 때 여당 의원들을 장관직에 많이 기용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의원들을 기용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을 얻었다. 또한 특정 지역이나 대학에 편중되지 않고 민간에서 유능했다는 평가를 받은 인사를 깜짝 기용하는 파격적인 행보도 보였다.
당 대표 시절부터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취임 한 달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방향을 직접 설명했다. 일부 국무회의 전체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여 국무위원들이 국정 의제를 어떻게 논의하고 어떤 대책을 내놓는지 국민에게 소상히 알렸다. 격의 없고 실용적인 국무회의 방식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책 아이디어 수렴 방식도 호평을 받았다. 관행적으로 비공개되던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과 대변인의 질의응답 과정도 언론에 모두 공개하여 투명성을 높였다.
대통령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선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6월 광주광역시에서 시민과의 타운홀미팅에 참석해 지역 숙원인 광주 군공항 이전 갈등을 중재했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SPC 공장을 방문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경영진으로부터 해결책을 들었다.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산업재해 관련 국무회의에서는 건설 면허 취소 등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외국인 노동자 학대 사건 언급, 이태원 참사 유가족 면담, 산림청 책임 문제 지적 등 국민들이 새 정부에 대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평가다. 다만 시스템이 아닌 대통령 개인기에 의존하는 ‘만기친람’ 리더십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이재명 정부의 노력은 수치로도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6월 넷째 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64%를 기록하며, 대선 득표율 49.4%보다 약 15%포인트 높았다. 9월 첫째 주 조사에서도 긍정 평가 63%, 부정 평가 28%로 정권 초반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진보층뿐 아니라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에서도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초기 인사 논란은 피하지 못했다. 오광수 민정수석이 임명 며칠 만에 재산 증식 의혹으로 사퇴했고,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도 논문 표절 및 ‘보좌관 갑질’ 논란으로 지명 철회 및 자진 사퇴했다.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함께, 과거 대통령과 가까운 참모가 인사 검증을 도맡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또한, 과거 당 대표 시절 변호를 맡았던 법조인들이 대거 중용되면서 보은 인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지율 측면에서 최고 위기 순간은 8·15 특별사면 때였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8월 둘째 주 59%, 셋째 주 56%로 하락했다. 국민 통합을 위해 여야 정치인을 고루 사면했지만, 조국 전 대표나 윤미향 전 의원을 사면한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해졌다. 여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뇌물 혐의로 실형을 받은 야당 부패 정치인까지 사면한 것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다만, 한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재명 정부의 100일은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진정한 평가는 앞으로의 5년에 달려 있다. 지금은 국민들이 새 정부에 우호적인 기대를 보내고 있지만,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윤석열 정권 때보다 경제 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할 정도로 경기가 좋아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실업률은 높은 편이며, 경제 성장률은 1% 안팎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의 해외 공장 이전으로 인한 고용 지표 악화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대통령은 협치를 이야기하지만, 여당이 야당을 대화 상대로 보지 않고 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악수한 다음 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설전을 주고받는 모습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야당에 대한 특검 수사의 장기화 피로감과 보수 진영의 반발 역시 국민 통합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이민 당국의 한국인 무더기 체포로 한미 관계가 긴장 상태에 돌입했으며, 미국의 지속적인 통상 압력, 방위비 분담금 및 국방비 증액 압박도 난제다.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주변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 또한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이 위기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때일수록 대통령은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대 진영을 설득하며 대화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새 정부의 노력에 많은 점수를 주었다. 마치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 후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다. 우리 대표팀은 증명하지 못했다”는 축구 해설위원의 말처럼, 정부는 본인의 유능함을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 대통령 혼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으며, 결국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곧 통과될 정부 조직 개편안을 시작으로, 눈에 띄지 않았던 장관들이 앞장서야 할 때다. 정부의 선의에 대한 호평은 100일까지였다. 이제부터는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