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일본과 미국을 연이어 방문하며 향후 5년간 한국 외교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길목에 선다. 이번 일본 방문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이어서 미국 워싱턴으로 이동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정부가 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입지를 다지고 미래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성사되지 못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9월 유엔총회나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함께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한국 외교·안보에 긍정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다.
이번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과제는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한국 정부의 ‘실용 외교’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승리 후 미국 주요 언론에서는 이 대통령을 친중 좌파 지도자로 묘사하는 보도가 있었다. 백악관과 국무부 또한 한국 대선에 대해 직접적인 논평을 내지 않으며, 다만 중국의 국제 사회 간섭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에야 당선 축하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이러한 미국 내 시각은 미중 전략적 패권 경쟁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한국 외교에는 전략적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중요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중국 견제에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와 기여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한국의 협조 없이는 트럼프 정부의 핵심 과제인 미국 제조업 부활과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한미동맹의 현대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통상 협력,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만들려는 트럼프 정부의 노력에 한국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크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일본의 이시바 정부는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임을 강조하며 민간을 포함한 양국 간 교류와 협력 확대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일본의 입장에 긍정적으로 화답하며, 미국 방문에 앞서 일본을 먼저 찾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의 기반을 다지고, 한미일 3자 협력 강화는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 글로벌 이슈에 대한 일본과의 협력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려는 전략이다.
이러한 이재명 정부의 행보는 미국 정계에서도 ‘매우 전략적이고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미일 3자 협력에 대한 강한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한국 정부의 외교가 지역 협력과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신뢰 또한 커지고 있다.
이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 5개월 만에 미국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당시 미국의 반미·친중 정권에 대한 우려와 한국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파병 요구 속에서도 양국의 현안에 대한 생산적인 합의를 도출했던 것과 유사한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당시 한미 정상은 파병 결정을 포함해 양국 현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고, 향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까지 이어졌다. 우려 속에서 진행되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역시 양국 지도자의 결단과 지혜를 통해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