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나 이사를 계획 중인 주민은 입주 물량이 급감한 지역을 피해 경기·인천까지 눈을 돌려야 할 상황이다. 28일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114가 공개한 '공동주택 입주예정물량 추정치'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2만2428가구로, 업계가 추정하는 적정 물량(4만5000가구 안팎)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특히 종로·광진·도봉·동작·관악·송파 등 6개 자치구는 입주 예정 물량이 한 가구도 없고, 서초·성북·강동·마포 4개 구에 전체 물량의 68.8%가 몰렸다. 입주 물량이 없거나 1000가구에 못 미치는 자치구는 19곳에 달한다.
이런 공급 부족은 서울 거주민의 주거비 부담을 키워 수도권 외곽으로 수요를 밀어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에서 "2027년에는 전세 매물이 더 줄어들고 생존 매수가 확산될 것"이라며 "서울은 폭등 가능성이 낮지만 경기·인천 지역은 상승세가 확산되고 상승 폭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플팩 강연옥 대표도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행크TV'에서 "전월세 폭등장이 펼쳐지면 경기권이 더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며 "현재 자금으로 서울 아파트를 사기 어려운 임차인들이 대출을 활용해 접근할 수 있는 경기권 신축이나 입지가 좋은 단지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요 이동을 고려할 때는 대출 규제와 개인 자금 여력을 먼저 따져야 한다. 강 대표는 내년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 전월세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마련하려는 '생존 매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1주택자의 경우 현재 보유 주택의 담보대출 규모와 추가 조달 자금을 기준으로 갈아타기 여부를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대출이 많지 않고 추가 자금 여력이 있다면 갈아타기를 검토할 수 있지만, 기존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다면 무리하게 이동하기보다 현재 주택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무주택자는 서울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금과 대출 여건에 맞춰 매수 가능한 지역을 넓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기·인천으로의 수요 이동이 실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김효선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내에서도 영등포·구로 등 서남권은 내년 정비사업 이주 예정 가구가 입주 물량의 3.4배에 달해 임차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내년 2~3분기 입주 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주 수요가 집중되면 일부 생활권에서 전세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입주 예정 물량 추정치는 개별 단지의 일정 변경이나 후분양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정비사업 이주도 사업 지연으로 늦춰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