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겨냥한 해킹 공격이 잇따르는 가운데, 최근 전산장애를 겪은 주요 금융사 20곳 중 7곳이 올해 정보보호 예산을 지난해보다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당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금융사의 지난해 정보보호 예산 평균 집행률도 69.6%에 그쳐 사이버 위협 대응 역량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삭감 폭이 가장 큰 곳은 우리은행으로, 지난해 786억 5900만 원이던 정보보호 예산을 올해 615억 6600만 원으로 21.7% 줄였다. 한국씨티은행은 18.0%, 신한은행은 10.4% 각각 삭감했다. 예산을 줄인 7곳 중 6곳이 은행이다. 집행률도 저조해 우리은행은 지난해 예산의 53.8%만 집행했고, KB국민은행은 58.1%, 신한은행은 69.9%에 그쳤다. 20곳 중 11곳은 집행률이 80%를 밑돌았다.
이런 가운데 일부 금융사는 최근 해킹 공격으로 고객 정보가 유출된 뒤에야 내년 보안 예산 확대를 검토하고 나섰다. KB국민은행은 내년 정보보호 예산을 올해보다 16% 이상 증액해 1000억 원 이상으로 늘리고, 우리은행은 보안 시스템 구축 예산을 20% 이상, 전문인력을 10% 이상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내년 관련 예산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편성할 계획이며, 하나은행도 수백억 원 규모의 보안 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다만, 이번 증액 계획이 실제 침해 사고 예방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박성훈 의원은 "보안투자 부실은 경영 효율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없으며 금융시스템 신뢰의 문제"라며 "당국이 사고가 터질 때마다 뒷북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보안투자 실태를 전면 점검하고 부실이 확인된 곳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당국의 전면 점검과 책임 소재 규명은 아직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