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장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된 뒤 폐암이나 백혈병을 앓는 노동자들은 산재 인정을 받기 어려워졌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직업성 암 산재 신청은 1614건으로 2018년(279건)보다 5.8배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213건이 접수돼 연말에는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승인율은 같은 기간 73.5%에서 지난해 44.9%로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36.1%에 그쳤다. 신청 10건 중 6건 이상이 불승인된 셈이다.

신청 급증과 승인율 하락이 겹치면서 직업성 암 산재의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다. 암종별로 편차도 뚜렷하다. 전체 직업성 암 신청의 약 70%를 차지하는 폐암의 경우, 신청 건수는 2018년 177건에서 지난해 1132건으로 급증했지만 승인율은 91.0%에서 54.0%로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44.9%에 머물렀다. 백혈병 승인율은 2018년 57.1%에서 지난해 22.7%, 올해 상반기 17.2%까지 하락했다. 반면 석면 노출과 업무 관련성이 비교적 명확한 중피종은 승인율이 2025년 85.3%, 올해 상반기 85.7%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무상 재해 추정 원칙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해철 의원은 "일정한 업무 경력과 유해요인 노출 요건을 충족하면 업무상 재해로 추정해 근로자의 입증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노동자가 발암물질 노출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개별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구조라, 명확한 노출 이력이 없는 경우 산재 인정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같은 추정 원칙 확대는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법 개정이나 심사 기준 변경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석면 노출처럼 업무 관련성이 분명한 일부 암종은 여전히 높은 승인율을 보이고 있다. 중피종의 경우 올해 상반기 승인율이 85.7%로, 발암물질 노출 사실이 명확하면 산재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폐암과 백혈병처럼 노출 경로가 다양하고 인과관계 입증이 까다로운 암종은 승인율이 30%대 이하로 떨어져, 같은 직업성 암이라도 암종에 따라 산재 보장의 사각지대가 갈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청 건수가 지난해 전체의 75%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신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승인율 회복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