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라진 축사에서 인공지능(AI)이 돼지의 건강과 성장을 24시간 지킨다. 이제 축산 농가의 고된 작업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돼지 관리 수준은 전문가급으로 향상된다. AI 기반 축산 데이터 분석 기업 인트플로우가 개발한 ‘비접촉 체중 측정·건강 관리 기술’이 축산업 현장을 바꾸고 있다.
이 기술은 돼지 수십 마리가 지나갈 때마다 화면에 자동으로 몸무게와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표기한다. ‘124번 5.4㎏, 125번 3.1㎏, 135번 4.7㎏…’. 이는 단순히 돼지의 무게를 측정하는 것을 넘어, 고도화된 ‘다수 개체 추적 기술’과 50여 종의 ‘체중 연관 변수’를 결합하여 동물의 형태, 자세,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사람이 놓치기 쉬운 미묘한 순간까지 포착하여 돼지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특히 인력 부족과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업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 더 이상 돼지 체중을 재는 데 두 시간이 걸리던 작업이 이제는 10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이는 약 95%의 작업 시간 단축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데이터가 자동으로 기록되므로 돼지의 출하 시점을 객관적인 수치로 판단하여 돼지 등급을 올리는 데에도 기여한다. 총 마릿수와 재고 현황 파악 역시 정확해진다.
이 기술을 적용받기 위한 대상은 축산 농가다. 인트플로우는 2019년부터 기술 연구개발을 시작하여 2023년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현재 150여 농가에 적용되어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비접촉 관리 방식은 돼지에게 주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질병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농장을 오가는 외부인으로 인한 감염 위험도 크게 낮출 수 있다.
특히 젊은 후계 농가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들은 평소에도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농장을 관리하는 데 익숙하며, AI 기술을 통해 농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 AI 기술은 농장의 일자리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매일 농장에 들어가 순찰하던 일이 사무실 모니터링으로 대체되고 냄새와 고된 육체노동이 줄어든다면, 청년들의 농장 취업 관심도 늘어날 수 있다.
카메라만으로 측정한 체중의 정확성에 대해 의문이 들 수 있다. 인트플로우는 농촌진흥청과 2년에 걸쳐 검증체계를 마련했으며, 최근에는 개체 체중 선별 정확도에서 ‘최종 오차 4.2%’라는 공식 성적서를 받았다. 이는 실제 체중계와 비교했을 때 4.2%의 차이가 있음을 의미하지만, 제3자가 검증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트플로우는 이러한 기술을 가축 질병 예찰, 감염병 차단 등으로 확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연구도 진행 중이다. 활동량, 식사 시간, 기침 여부, 배설물 상태 등을 카메라로 관찰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존 지식과 결합하여 체계적인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이 기술은 그 혁신성을 인정받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서 ‘인간안보’ 분야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인트플로우는 24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현장 작업자에게 축산 전문가 수준의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AI 체계를 지향하며 축산업의 미래를 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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