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06일

혼외자 인지해도 보훈급여금 환수 취소 가능, 생활 안정 침해 따른 결정

국가유공자가 혼외자녀를 뒤늦게 인지했더라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 없이 이미 지급된 보훈급여금(무의탁수당)을 환수하는 것은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러한 행정기관의 처분이 당사자의 생활 안정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하며 환수처분을 취소했다.

이 결정은 전상군경으로 등록되어 무의탁수당을 받아온 ㄱ씨의 사례에 따른 것이다. ㄱ씨는 2009년부터 60세 이상이고 부양할 자녀가 없어 무의탁수당을 수령해왔다. 그러나 2024년 12월, 혼외자녀들을 법적으로 인지하면서 가족관계가 소급해 변경되었다. 이에 관할 보훈지청은 이를 근거로 이미 지급된 수당 중 5년 치인 1,062만 원을 환수하겠다는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중앙행심위는 ㄱ씨가 처분을 받을 당시 가족관계증명서상 자녀가 없어 무의탁수당 지급 자체는 정당했다고 보았다. 또한, ㄱ씨가 자녀 인지 후 즉시 관할 보훈지청에 신고하여 부정수급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었던 점도 고려되었다.

특히 중앙행심위는 민법상 인지의 소급효과가 상속권 등 민사상 권리 보호를 위한 것인데, 사회보장적 성격의 국가유공자법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ㄱ씨가 77세의 고령으로 지병이 있어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거액의 환수는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에 중앙행심위는 환수처분으로 얻는 공익보다 ㄱ씨가 입게 될 생활 안정 침해라는 불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중앙행심위 위원장은 “단순히 민법상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이미 지급된 보훈급여금을 환수하는 것은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강조하며, 이번 재결이 법의 취지와 개별 사정에 따라 공익과 사익을 합리적으로 비교 형량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중요한 사례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중앙행심위는 불합리한 환수처분으로부터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