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삼겹살에 곁들이는 소주 한 잔은 많은 이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우리가 마시는 초록병 소주는 엄밀히 말해 전통 방식의 술은 아니다. 옥수수나 타피오카 같은 곡물로 만든 주정에 물을 섞어 도수를 맞춘 희석식 소주다. 이와 달리 우리에겐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품은 진짜 증류식 소주가 있다. 그 대표 주자가 바로 경상북도 안동의 ‘안동소주’다.
우리 전통주는 김치나 된장처럼 발효의 산물이다. 밀이나 쌀로 만든 누룩이라는 발효제를 이용해 술을 빚는다. 잘 익은 청주를 끓여서 거기서 나오는 맑은 증기만을 모아 식히면 비로소 한 방울씩 귀한 증류식 소주가 완성된다. 이런 증류 기술은 고려시대 몽골로부터 전래되어 양반 가문이 많던 안동에 깊이 뿌리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귀한 손님을 대접하거나 제사를 지낼 때만 맛볼 수 있었던 고급 술이었다.
안동소주는 한 가지 술이 아니다. 만드는 장인의 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각기 다르다. 옛 방식을 고집해 묵직하고 깊은 향을 내는 소주가 있는가 하면 현대 기술을 접목해 맛이 한결 부드럽고 깔끔한 소주도 있다. 어떤 이는 전통 증류법을 고수하며 우리 술의 원형을 지키고 또 다른 이는 새로운 기술로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대중화에 힘썼다. 덕분에 우리는 취향에 따라 다채로운 안동소주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안동소주의 전통을 잇는 새로운 시도도 활발하다. 쌀이 아닌 통밀로 술을 빚어 옛 문헌 속 밀소주의 명맥을 되살리거나 유서 깊은 종갓집의 맏며느리가 직접 누룩을 띄워 정성으로 빚는 소주도 있다. 이런 술들은 소량만 생산되어 귀하게 여겨지지만 우리 술의 문화가 얼마나 풍성하게 살아있는지를 보여준다.
안동소주는 단순히 마시는 술을 넘어 우리 역사와 장인의 땀이 깃든 문화유산이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마신다면 한 잔의 술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안동을 직접 찾아 양조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고 가까운 주점에서 전통 소주를 발견한다면 반갑게 맛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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