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 글로벌 사우스와 손잡고 실리 외교 시대 연다

변화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의 외교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는 더 이상 주변 4강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리를 추구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열어젖힌다. 이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글로벌 사우스 외교 전략을 구체화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글로벌 사우스는 130여 개국 이상을 포함하며, 유엔 무대에서 발언권이 커지고 있다. 인구는 60억 명 이상, 세계 총 국내총생산(GDP)의 53.9%를 차지하고 있으며, 핵심 광물까지 보유하고 있어 경제적 가치 또한 매우 높다. 비록 지리적, 외교 노선에서 단일한 집합체는 아니지만, 식민지 경험을 공유하고 비동맹 노선을 걸었으며, 현재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은 다극화라는 국제 질서 변화를 반영하며, 1955년 반둥 회의 이후 오랜 역사 발전의 결과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포용 성장을 위한 세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첫째, 지속가능성을 위한 경제 체질 개선이다. 둘째, 예측 가능한 무역 투자 환경 조성이다. 셋째, 개발도상국 성장을 위한 개발 협력 강화다. 이는 이번 G20 회의의 목표인 연대, 평등, 지속가능성을 반영하며, 보호 무역 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이제 한국 외교는 주변 4강 중심의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 외교를 다변화하고 변화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첫째, 한국은 글로벌 사우스와 글로벌 노스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외교,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이어주고, 협력을 제도화하며, 새로운 국제 규범을 선도할 수 있다. 경주 APEC 회의의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주제는 남아공 G20 회의의 ‘연대, 평등, 지속가능성’과 연결된다. 한국은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공급망 갈등을 중재할 대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둘째,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외교, 경제, 문화, 안보 등 각 분야가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고 협력을 심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 내부적으로는 부처 간 조율을 제도화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글로벌 사우스는 지역적으로나 경제적, 외교적으로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국가별, 지역별 맞춤형 접근 전략을 세부화해야 한다. 아프리카, 중동, 라틴아메리카 등 각 지역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역학 연구를 활성화하고, 정부, 기업, 학계가 협력하는 거버넌스를 정비해야 한다.

셋째, 개발 협력과 호혜적 협력을 명확히 구분하고 각각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 글로벌 사우스 내부에도 발전 격차가 존재하므로, 저개발국을 위한 개발 협력의 효과를 개선하는 동시에, 신흥 시장과의 상호 호혜적인 협력 방안을 다듬어야 한다. 아프리카의 경우 ‘아프리카의 문제는 아프리카의 손으로’라는 구호 아래 아프리카 연합이 분쟁 해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역내 자유무역지대를 출범시키는 등 지역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모범,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비교 우위, 그리고 한류라는 문화적 매력을 바탕으로 신흥 시장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주요 국가들은 유연하고 실용적인 외교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인도는 과거의 비동맹주의를 넘어 이익 중심의 다동맹 전략을 선택했으며, 베트남은 특유의 유연하고 실용적인 ‘대나무 외교’로 이익을 추구한다. 튀르키예 역시 실용적인 균형 외교에 능숙하다. 이는 지정학적 중간 국가로서 오랜 세월 쌓아온 생존의 지혜다. 이제 한국도 글로벌 사우스와 함께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펼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