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파트너십 선언 2.0’으로 미래 연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통해 향후 한일관계의 새로운 방향이 제시되었다. 이번 합의는 17년 만에 발표된 정상 간의 결정으로,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선언했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잇는 ‘한일 파트너십 선언 2.0’의 구체적인 밑그림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양국 관계가 더욱 긴밀해질 수 있는 구체적인 협력 방안들이 제시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은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을 포함한 대화 채널의 활성화 ▲워킹홀리데이 확대 등 젊은 세대 간 교류 촉진 ▲사회·경제 정책 분야에서의 협력 틀 수립 ▲북한·안보 문제에 대한 공조 강화 ▲국제 무대에서의 긴밀한 협력 등이다. 이러한 합의는 앞으로 한일 양국이 함께 나아갈 길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번 정상회담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점에 이루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방문 직전 도쿄에서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은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한국의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데 절묘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과의 협력 체제를 선제적으로 구축한 것은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실제로 8월 25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 성과 설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며, 한일 협력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토대임을 시사하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 2.0 시대에 한일 간의 대화와 협력은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은 일본 내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도 시의적절했다. 이시바 총리는 참의원 선거 참패 이후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었지만, 역사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가진 인물로서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상생 협력의 청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번 만남은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실용 외교와 ‘이웃’과의 전략적 협력을 행동으로 옮긴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17년 만에 발표된 정상 간 합의문은 향후 한일관계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며, 양국이 공동의 고민을 안고 있는 지정학적 위기와 미·중 패권 갈등 속에서 전략적 협력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개선된 한일관계를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