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1일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 정책, 성공적인 100일과 미래 과제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전환기 외교·안보 환경 속에서 정부의 성과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국제 정세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 데뷔하고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실용 외교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외교·안보 환경, 예측 불가능한 시대의 도래**

현재 국제 사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북·중·러 삼각 협력 강화, 국제 무역 질서의 급변 등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외교·안보 환경에 직면해 있다. 기존 질서는 무너졌지만 새로운 질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궐위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재명 정부는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 다자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으며, 한미 및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실용 외교의 기틀을 다졌다.

**실용 외교, 원칙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중요한 고비를 넘겼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대해 지속 가능한 한미 동맹을 위해서는 상호 이익을 고려한 협상이 필요하다. 미국 내 공장 설립 및 운영을 위해서는 비자 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며, 미국의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매력적인 투자 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지속 가능한 동맹 발전을 위한 원칙을 가지고 대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일 관계에서도 실용 외교의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급변하는 무역 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양국의 공동 대응은 필수적이며, 보호무역주의와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 소지역 협력이 새로운 외교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역사 문제 등 첨예한 차이점도 존재하며, 일본 총리 교체와 같은 변수도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일본이 전통적인 국내 정치의 틀을 벗어나 변화된 국제 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지속 가능한 한미 관계의 기반을 다지고, 한중 관계 발전의 기회를 모색하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베트남, 칠레 등 동남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의 외교 다변화는 급변하는 외교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대북 정책, 인내심을 가지고 일관되게**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남방 삼각과 북·중·러 북방 삼각의 진영 대립은 한국 외교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과거와 달리 현재 한국의 국력은 외교, 경제, 군사적으로 크게 발전하여 냉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다. 또한 북방 삼각의 관계 역시 이념보다는 이익이 작용하는 ‘신냉전’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중 관계의 회복이다.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중국이 최근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명시적으로 주장하지 않더라도, 한반도 정책의 핵심인 이 문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북핵 협상 재개 과정에서 한중 관계를 통해 미·중 대화를 중재하는 역할이 필요하며, 한중 경제 관계 역시 당분간 경쟁과 협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면 한러 관계 회복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북한은 현재 북방에서의 생존을 모색하며 남북 관계를 포함한 남방 정책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같은 접경 지역 평화 회복을 위한 선제 조치를 취했으며, ‘9·19 군사합의’ 복원에서도 단계적인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북한의 비무장지대 방벽 건설과 대남 비난 지속 등 여전히 긴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협상의 적기를 기다리며 인내심을 가지고 대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이 북방 정책의 한계를 인식하고 남방의 수요를 느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으며, 높은 긴장 상황 속에서 쌓인 불신을 고려할 때 신뢰 형성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경주 APEC 정상회의가 한반도 평화를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의 안정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국민적 지지를 통한 위기 극복**

현재 진행되는 국제 질서의 변화는 단순히 국면의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분단 위기를 극복하고 통일을 이룬 오스트리아, 경제 위기를 타개한 네덜란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핵심은 국내적 통합이다. 내부 분열은 대외 위기 극복에 걸림돌이 되며, 특히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틈바구니에 놓인 한반도에서는 내부 분열이 국제화될 수 있다. 따라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내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면한 국면의 복잡성을 국민이 인식하고, 정부 또한 위기의식을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 정치적 양극화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외교·안보 분야에서만큼은 국회의 초당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일 수 있지만, 정부의 노력하는 자세는 언제나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 100일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험난한 산을 넘기 위해서는 외교·안보 부처의 지속적인 혁신, 민관협력의 제도화, 그리고 국민적 지지 기반 확대를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