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AI 시대, 공공 서비스의 비밀은 ‘로그’에 있다

공공 서비스 이용이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바뀔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제는 웹사이트의 메뉴 배치부터 응답 속도까지, 사용자가 겪는 불편함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 핵심에는 바로 ‘로그’ 시스템이 있다.

AI 시대에 발맞춘 서비스 개선은 단순히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마치 로그가 없는 웹페이지를 아무리 오래 운영해도 서비스가 나아지지 않는 것과 같다. ‘로그’란 컴퓨터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을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로그는 과거 선박의 속도를 측정하던 방식에서 발전한 것으로, 컴퓨터 시스템의 다양한 이벤트, 예를 들어 로그인, 파일 삭제, 시스템 오류 발생 등 온갖 사건들을 순서대로 기록하는 ‘로그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스템 로그는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기록하며, 애플리케이션 로그는 특정 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이벤트를, 보안 로그는 사용자 로그인 실패나 권한 변경 같은 보안 관련 사건들을 담는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로그인을 할 때 “사용자 ‘{}’가 로그인에 성공했습니다.”와 같은 정보가 로그로 기록된다.

웹사이트에 로그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다면, 우리는 이를 통해 다양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어떤 메뉴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지 즉시 파악하여, 이용자들이 자주 쓰는 메뉴를 홈페이지 상단으로 배치하는 등 편리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특정 메뉴 클릭 후 응답 속도가 8초나 걸린다면, 이는 사용자 이탈의 주요 원인이 되므로 즉시 개선해야 한다. 실제로 3초 이상 걸리는 웹사이트의 경우 40%의 사용자가 이탈하며, 5초 이상이면 사실상 ‘죽은 사이트’로 간주될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수많은 공공 서비스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에 이러한 로그가 제대로 깔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어떤 메뉴가 많이 사용되는지 알 수 없어 메뉴 배치가 효율적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시스템 고장이나 느린 로딩 속도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사용자가 서비스 이용 중 좌절감을 느끼고 떠나더라도 그 원인을 알 수 없어, 공공 서비스 이용이 때로는 답답함을 유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AI)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데이터는 축적되어야 하며, 기계가 읽을 수 있고 통합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공공 서비스에 로그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면, 공무원들은 마치 훌륭한 AI 비서를 둔 것처럼 일할 수 있다. 낮에 작성한 문서에 대해 AI가 밤새 관련 과거 사례를 찾아 제시하거나, 다른 부서나 부처와의 협업 시너지를 제안해 줄 수도 있다. 회의록을 올리면 AI가 할 일, 담당자, 보고일, 관련 문서를 정리해 캘린더에 링크와 함께 표기해 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자체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모든 업무가 클라우드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무엇보다 일을 할수록 자동으로 데이터가 축적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AI 전환은 단순히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소프트웨어의 원리를 이해하고 클라우드 사용의 필요성을 인지하며, 더 스마트하게 일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로그가 없는 웹페이지를 아무리 오래 운영한들, 그 서비스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 KTH, 엠파스 등 IT 업계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 녹서포럼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IT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1년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했으며, <눈 떠보니 선진국>, <박태웅의 AI 강의>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