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우리 집에서 안전하고 존엄하게! 에이지테크로 누리는 맞춤형 노후 생활

이제 어르신들도 익숙한 우리 집과 동네에서 더 안전하고 자유롭게, 그리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고령자 주거 혁신을 위한 ‘에이지테크(Age-Tech)’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어르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생활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은 2072년이면 인구 절반이 고령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이야말로 어르신의 삶의 질을 높이는 주거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어르신의 희망, ‘내 집에서 계속 살고 싶어요’**

2023년 노인 실태조사 결과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무려 87.2%의 어르신들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거주하길 원하며, 건강이 나빠지더라도 익숙한 환경에서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지내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사회 지속거주(Aging in Place)’가 어르신의 삶의 만족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의 주거복지 시스템은 주로 저소득층이나 시설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중산층이나 다양한 건강 상태를 가진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노인복지시설은 전체 고령 인구의 0.22%밖에 수용하지 못하며, 주택, 돌봄, 의료, 복지 서비스가 부처별로 나뉘어 있어 어르신의 실제 필요에 따른 통합적인 대응이 어렵다. 특히 중소득층이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은 이러한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에이지테크, 고령자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열쇠로 ‘에이지테크(Age-Tech)’가 부상하고 있다. 에이지테크는 ‘노화(Aging)’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고령자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다방면으로 지원하는 기술을 총칭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기술 등을 활용하여 안전, 건강, 사회 참여, 이동, 정서 지원 등 어르신의 일상생활 전반을 돕는다. 예를 들어, 낙상감지 센서는 넘어졌을 때 즉시 알림을 보내고, 원격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은 꾸준한 건강 관리를 돕는다. 음성 인식 조명이나 자동 온도 조절 장치는 어르신들이 더욱 편리하게 생활하도록 지원하며, AI 돌봄 로봇은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에서 더욱 안전하고 주체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국내 한 통신사업체는 통신 빅데이터와 전력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어르신의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이미 ‘자연 은퇴 노인 주거 공동체'(NORC)를 지정하고, 커뮤니티 기반의 복지, 의료, 생활 서비스를 결합한 고령 친화 주거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곳에는 센서 기반 스마트홈, 원격 건강 모니터링, AI 안부 확인 서비스 등 에이지테크가 적용되어 어르신의 안전과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고독사 예방 등 사회적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대학과 연계된 시니어 레지던스에 온라인 평생 교육, 사회 참여 플랫폼, 원격 의료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 에이지테크를 적용하여 어르신의 사회적 연결, 평생 학습, 건강 관리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미국퇴직자협회(AARP)는 에이지테크 연계 고령 친화 주거 복지 강화의 효과로 어르신의 자립성과 존엄성 강화, 돌봄 인력 부담 완화, 사회적 연결 증진 및 고독사 예방, 맞춤형 건강 관리와 의료비 절감을 제시하고 있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리빙랩’과 ‘통합 지원체계’가 필수**

하지만 이러한 에이지테크가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어르신의 실제 생활 환경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공간 단위의 실증’과 ‘리빙랩(Living Lab)’의 확대이다. 에이지테크는 실제 주거 공간, 아파트 단지, 마을, 지역사회 등 다양한 공간에서 어르신, 가족, 돌봄 인력이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 방식을 통해 기술의 사용성, 수용성, 효과성을 검증하고 현장 수요에 맞는 맞춤형 개선을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실증 사업은 대학, 기업, 지자체, 연구기관, 복지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열린 플랫폼과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되어야 하며, 우수 사례는 공공 조달 등 혁신적인 확산 경로와 연결되어야 한다.

더불어 ‘지역사회 기반 통합 지원체계’ 구축 또한 시급하다. 어르신의 일상생활 지원은 개별 주택이나 시설을 넘어 보건, 복지, 의료, 주거, 교통, 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역사회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연계될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에이지테크를 활용한 서비스 연계 역시 지역사회 내 연계될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다면 그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 정부의 법·제도적 기반 위에서 지자체의 실행력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결합된 단계적이고 포용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생활 환경 조성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의료 및 돌봄 서비스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등 부처별로 개별 추진되는 한계를 넘어, 주택, 복지, 교통, 의료 관련 정책과 사업이 공간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통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종합 계획 수립, 복합 사업 추진, 법·제도 연계 강화 등 거버넌스 혁신 또한 요구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에이지테크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어르신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 도시 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 이해되어야 한다.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게, 주체적으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정책의 핵심이다. 5월 26일(월)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가 주관한 ‘에이지테크(Age-Tech) 민관 얼라이언스 착수회의’에서도 이러한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앞으로 에이지테크 실증은 반드시 어르신의 실제 생활 공간인 ‘공간 단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리빙랩과 같은 현장 기반 실증 사업을 확대하고 지역사회 통합 지원체계와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 어르신 개개인의 다양한 요구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연계 및 공간 단위 지원을 통해, 에이지테크가 어르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실질적인 독립과 존엄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혁신은 단일 부처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범부처, 민관 협력, 그리고 사회 전체의 깊은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및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은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정책연구센터장, 기획재정부 인구위기대응 TF 고령사회 대응반 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국토교통부 인구대응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며 고령자 주거와 복지의 연계, 고령 친화 공동체 마을 등에 대한 고령 친화 건축 도시 공간 정책 연구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