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포의 새로운 문화 공간, 장생포문화창고에서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풍요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기다린다. 단순히 고래를 맛보는 것을 넘어, 사라진 산업과 공동체의 역사를 되새기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곳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는 과거 장생포의 번영을 이끌었던 고래 산업의 흔적과 함께, 시민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울산 남구에 위치한 장생포는 예로부터 깊은 바다와 풍부한 먹거리 덕분에 고래들이 자주 찾는 터전이었다.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잡이 그림과 곳곳에서 발견되는 유물들은 이곳이 선사시대부터 고래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음을 증명한다. 특히 조수간만의 차가 적고 먹이가 풍부했던 장생포 앞바다는 고래들에게 더없이 좋은 서식지이자 산란 장소였으며, 신출귀몰한 ‘귀신고래’도 이곳을 자주 찾았던 단골손님이었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 덕분에 장생포는 한때 어업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던 곳으로, 당시의 번영은 개가 만 원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이야기로도 전해진다. 수출입 선박이 빼곡히 들어섰고, 6~7층 높이의 냉동 창고들이 즐비했던 장생포의 옛 모습은 이제 이곳에서 과거의 흔적으로만 만날 수 있다.
과거에는 명태, 복어, 킹크랩 등을 가공하는 냉동 창고로 사용되었던 건물이 이제는 시민들을 위한 복합 예술 공간으로 변모했다. 2016년 울산 남구청이 건물과 토지를 매입하여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끝에 2021년 문을 연 장생포문화창고는 총 6층 규모로 다양한 체험장과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역 문화 예술인들의 활동 거점이 되는 소극장, 녹음실, 연습실은 물론, 특별전시관, 두 개의 갤러리, 상설 미디어아트 전시관까지 마련되어 있어 하루 종일 지루할 틈 없이 즐길 수 있다.
특히 2층 체험관에서는 ‘에어장생’이라는 고래 캐릭터를 활용한 항공 체험 등 어린아이들과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비행기 모형의 에어바운스를 탈 수 있는 프로그램은 오는 8월 24일까지 진행된다. 또한, 조선 시대 대표 화가들의 작품을 거대한 미디어 아트로 재현한 ‘조선의 결, 빛의 화폭에 담기다’ 전시회는 우리 고유의 수묵화와 풍경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시민들에게 새로운 감성을 선사한다. 수십 년 된 냉동 창고의 문을 그대로 활용하여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는 과거의 공간을 새로운 예술의 장으로 승화시킨 업사이클링의 좋은 예이다.
무엇보다 방문객들의 깊은 울림을 자아내는 공간은 2층에서 상설 전시되는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이다.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심장부였던 울산석유화학단지의 역사와 과정을 보여주는 이 공간은, 특히 과거 울산 공업 발전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던 부모 세대에게 깊은 애잔함을 선사한다. 굴뚝의 매캐한 연기와 함께 ‘온산병’과 같은 중금속 중독 질환을 앓았던 과거의 아픔도 솔직하게 다루고 있으며, 상주하는 해설사의 흥미로운 설명을 통해 울산의 근현대 개발사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과거에는 옳았지만 현재에는 틀린 일들을 통해 우리는 역사를 배운다.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의 결정으로 상업 포경이 전면 금지되면서 장생포의 고래 산업은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영광을 뒤로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장생포에서는 여전히 고래고기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혼획된 고래만을 합법적으로 유통하는 식당들에서 고래고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희소성과 금지의 역설’은 고래고기를 더욱 특별한 미식 경험으로 만든다. 12만 원짜리 ‘모둠수육’은 육고기와 흡사한 외형과 붉은 빛깔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삶은 수육과 생회가 어우러진 한 접시는 다채로운 식감을 선사한다. 특히 ‘우네’와 ‘오배기’와 같은 고급 부위는 기름의 고소함과 살코기의 쫄깃함이 조화를 이루어 입안 가득 풍미를 선사한다.
장생포의 고래요릿집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장소를 넘어, 사라진 산업과 생업, 포경선의 향수를 느끼며 과거를 애도하고 회상하는 의례적인 공간이다. 고래로 꿈을 꾸었던 어부들, 고래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했던 피란민들, 그리고 한강의 기적을 일군 산업 역군들을 기리는 문화적 지층이 이곳에 담겨 있다. 장생포의 고래는 사라졌지만, 고래고기는 여전히 우리의 식탁 위에 남아 도시의 기억을 되새기고 공동체의 내일을 준비하는 의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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