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1일

한류, ‘나’를 위한 혜택으로 다가온다

지금까지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류’가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면, 이제 그 답을 명확히 알 수 있다. 한류는 단순히 소비하는 문화를 넘어, 우리 삶에 깊은 영감과 감동을 선사하는 ‘나’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된다. 창작자에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문화 산업 현장에는 혁신적인 전략을, 연구자에게는 통찰력 있는 미래를, 정책 담당자에게는 구체적인 계획을,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한류의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한류의 시작은 우리가 익숙하게 부르는 이름에서 비롯된다. 김춘수의 시 ‘꽃’처럼, 세상이 ‘한류’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을 때 비로소 한국의 드라마와 K팝은 단순한 현상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인 문화적 존재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중화권 매체에서 ‘한류’라는 명칭이 사용되면서 이전까지 일시적인 유행처럼 보였던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고유한 정체성을 얻게 되었다. 이는 마치 이름을 불려 존재감을 얻은 꽃처럼, ‘한류’는 세계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태어나고 그 이름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왔다.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 속에서 ‘실재’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정의’와 ‘호명’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한류는 결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았다.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가 노래하듯, 소쩍새의 울음과 먹구름이 드리우던 오랜 기다림 끝에 비로소 만개한 국화처럼, 한류는 한국 현대사가 겪어온 굴곡과 아픔, 그리고 이를 극복해낸 역동적인 과정 속에서 응축된 문화적 승리라 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 분단과 전쟁의 상처,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산업화의 노력, 민주화를 향한 열망, 그리고 ‘다이나믹 코리아’로 대표되는 회복력까지, 이 모든 역사적 경험과 울림이 모여 오늘의 한류를 탄생시켰다. 한류는 한국 사회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성공적인 회복 과정을 담고 있는, 존재의 증언이자 시대의 결과물로서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김용락 시인의 ‘BTS에게’에서처럼, 한류의 핵심에는 시대를 초월한 공감의 힘이 자리 잡고 있다. BTS가 “LOVE MYSELF, LOVE YOURSELF”라는 메시지로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처럼, K-콘텐츠는 언어를 넘어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건드리며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다. 이들은 단순히 잘 만들어진 문화 상품을 넘어,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질문하며 위로하는 ‘시대의 시인’이다. K-팝, K-드라마, K-콘텐츠가 세계인을 사로잡는 이유는 ‘완성도’나 ‘스타일’뿐만 아니라, ‘진정성’을 바탕으로 ‘세계의 감수성’과 접속하는 능력에 있다. 팬덤은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이러한 공감의 공동체이자 문화의 공동 창작자로서 한류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나짐 히크메트의 시 ‘진정한 여행’은 한류의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이야기한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고,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는 그의 말처럼, 한류 역시 절정에 이르지 않았다. 지금의 성과에 안주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가치, 다문화적 포용, 그리고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한류는 단순히 외연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 한국 사회 내부의 진실을 담아내며 ‘의미’ 있는 문화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창작자, 플랫폼, 연구자, 정책 담당자, 그리고 우리 수용자 모두에게 영감과 감동을 선사할 한류의 다음 여정은 아직 쓰이지 않은 시와 같다.

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은 MBC 교양 PD 출신으로, ‘인간시대’, ‘PD수첩’ 등을 연출했으며 ‘중남미 한류 팬덤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바 있다. MBC 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을 거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으로서 K-콘텐츠와 한류 정책을 연구하며 ‘공감 한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