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대한민국 정부 업무 방식 변화가 시급한 이유: ‘데이터’와 ‘맥락’의 중요성

인공지능(AI) 시대에 제대로 된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와 ‘맥락’의 공유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의 데이터 관리 방식으로는 AI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여 숨겨진 패턴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충분한 양의 데이터 확보가 AI의 지능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정부의 데이터는 D 드라이브에 파편화되어 저장되고 있으며, 이는 컴퓨터 포맷과 함께 데이터가 사라질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데이터에 담긴 맥락, 암묵지, 그리고 업무 처리 과정 전체를 소실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며, 미래에 공무원들이 활용할 AI의 성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고서 작성 방식에서도 큰 차이가 발견된다. 높은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보고서는 짧아져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1페이지 요약 보고서가 선호된다. 또한, 끝에 한 글자가 넘치거나 뒤 페이지로 넘어가는 것을 치욕으로 여기며 자간과 장평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등 형식적인 측면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문장 역시 개조식, 즉 ‘음슴체’를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러한 방식과 대조적인 접근을 취한다. 아마존의 경우 ‘6 페이저(6 Pager)’라는 자체적인 회의 규칙을 운영한다. 이는 구성원 모두가 6페이지 분량의 메모를 작성하여 공유하고, 회의 시 첫 30분을 이 메모를 읽는 데 할애하는 방식이다. 이 메모는 도입부, 목표, 원칙, 사업 현황, 교훈, 전략적 우선순위, 부록 등으로 구성되며, 완전한 문장으로 서술체로 작성된다.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파워포인트의 글머리 기호 뒤에는 엉성한 사고를 숨길 수 있지만, 서술 구조를 가진 완전한 문장은 엉성한 사고를 숨기기 어렵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좋은 4페이지 메모를 쓰는 것이 20페이지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이유는 메모의 서술 구조가 더 나은 사고와,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강제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협업 시스템 또한 다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위키 엔진 기반의 게시판을 활용한 클라우드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다. 재무 및 인사 부서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서 게시판은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이를 통해 모든 참가자가 논의 과정과 자료를 공유하며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문서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업무의 전체적인 흐름과 배경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보고서는 반드시 서술체로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음슴체’는 엉성한 사고를 숨길 수 있지만, 서술체는 더 나은 사고와 중요도에 대한 이해를 강제한다는 것이다. 또한, 서술체는 AI 학습과 맥락 공유에 백만 배 더 낫다고 강조하며,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더 뛰어난 AI를 사용할 자격이 있음을 시사했다.

결론적으로, AI 시대에 대한민국의 공공 부문은 데이터의 체계적인 관리와 공유, 그리고 서술형 보고서 작성 방식을 통해 업무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곧 AI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에게 더 나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