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한류의 미래, 차별 없는 대한민국에서 찾는다

이제 대한민국은 한류 열풍을 넘어 더욱 넓은 세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올 한 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2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한국 관광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일이다. 일본과 중국이 연간 3000만~4000만 명, 프랑스가 2024년 1억 명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아직 세계 최고의 관광대국으로 불리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예측 가능한 한류의 강세는 한국 관광의 미래를 더욱 밝게 비추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는 한국을 단순히 미디어로만 접하는 것을 넘어 거리에서 직접 경험하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며 한류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 속에서도 우리는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점이 있다. 인기 있는 관광 명소인 명동, 광화문, 건대 등에서 상시적으로 벌어지는 과격한 시위는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있다. 특히 올해 5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관광객들은 거리에서 중국인을 혐오하고 죄악시하는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모습을 보는 다른 외국 관광객들 역시 한국의 예상치 못한 이면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이는 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한류 콘텐츠는 이미 세계 팬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소통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 콘텐츠 안에 담긴 모든 인종주의적 감수성이나 그렇게 해석될 수 있는 표현들에 대해 세계의 한류 애호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케이팝 팬덤 내부에서는 새로운 남성성, 여성성을 포함한 젠더 표현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케이팝은 기존의 지배적인 남성성이 보여주지 못했던 부드러운 남성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아이돌 문화는 전 세계 청년들에게 더 자유로운 젠더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미백을 기반으로 하는 케이뷰티에 대한 논의는 인종과 피부색주의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지며 더욱 흥미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이처럼 케이팝은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 속에서 성 정체성과 피부색으로 나타나는 인종 문제가 교차하며 올바른 경계를 만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과정은 때로는 소란스럽지만, 동시에 매우 건강한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 청년들이 예상치 못한 혐오 시위와 마주치는 경험은 한류 팬덤이 한국의 차별적인 현실을 직면하는 극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

한류 연구자들은 한류 소비자들이 한류 콘텐츠와 그것을 생산해 낸 한국에서 새로운 가치를 경험하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큰 즐거움을 느낀다. 경쟁 사회의 악이 드러나는 한국의 픽션물들은 선진국 시청자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준다.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식민 경험, 전쟁, 분단, 독재 등 모든 어려움을 겪고도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룬 대한민국이 극복의 모델이 된다. 이들이 찾는 새로운 가치는 돌봄, 연대, 공동체의 선을 위한 개인의 태도 등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으며, 이는 아직 진행 중인 과정이다. 한류가 만들어 낸 매력은 콘텐츠 생산자와 전 세계 소비자 모두에게 신비로우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분석하고 담론화하는 일은 즐겁지만, 항상 위태로움을 동반한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인종주의와 성차별이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파키스탄 참가자나 <청년경찰>에 나온 연변 범죄자 집단처럼 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은 국내의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직결된다. 또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과도한 미적 기준이나 드라마에서의 여성 및 성소수자 재현에 대한 팬들의 논쟁은 현실 속 미투 운동이나 퀴어 퍼레이드 논란으로 이어진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이 명동에서 마주치는 과격한 혐오 시위는 미디어 문화에 익숙한 한류 애호자들이 한국의 차별적인 현실을 직접 경험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된다.

한류는 ‘밑에서부터의 세계화’ 현상이다. 이는 강력한 엘리트들에 의해 퍼져나간 문화가 아니라, 힘없는 일반 대중들에 의해 만들어진 버텀업 문화 현상이며 영향력이다. 따라서 더욱 선한 영향력, 배려와 연대의 태도, 돌봄과 겸손한 제스처, 그리고 크고 작은 공동체의 가치가 중요하게 부각된다. 케이팝 그룹들이 팬들과 맺는 관계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들이 추구하는 가치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한류는 세계가 아닌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만들어낸 비주류의 아름다움이다. 그렇기에 차별과 배제의 담론은 한류의 최대 적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누군가 한류의 미래에 대해 묻는다면, 시장 축소로 인한 위기가 아닌 우리 내부의 차별과의 싸움에서 패배할 때 한류의 위기가 올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한류의 미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지난 십수 년간 제자리걸음이었던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