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부동산 쏠림 탈출! 노후 불안 해소하는 자산 관리 비법

내 집 마련의 꿈은 잠시 접어두고, 노후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금융자산을 늘릴 때입니다. 부동산에 너무 많은 자산이 묶여 있다면, 이제는 과감히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을 늘려야 할 때입니다. 퇴직 후에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반반씩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특히, 과도한 빚을 내어 집을 사는 것은 노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노후를 위한 자산 관리의 핵심 원칙입니다.

우리나라 가구당 순자산은 2023년 기준 62만 달러(약 8억 4800만 원)로 일본(52만 2000달러, 약 7억 1400만 원)보다 많습니다. 시장환율로 계산해도 우리나라 가구는 44만 3000달러(약 6억 6000만원)로 일본(42만 1000달러, 약 5억 7600만원)보다 앞섭니다. 오랜 기간 자본 축적을 해왔고 일찍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일본보다 우리나라 가계가 더 부유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통계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무려 75%가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고, 금융자산은 25%에 불과합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자산의 80~90%가 부동산일 정도로 심각한 쏠림 현상을 보입니다. 반면 일본이나 미국은 가계 자산의 60~70%를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부동산 비중은 30~40%에 그칩니다. 이는 우리나라 가계 자산 구조가 일본, 미국과 정반대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거나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경험했듯, 인구 감소, 고령화, 경제 불황 등은 부동산 가격의 장기 하락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닥친다면, 은퇴 후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땅 한 평의 가치는 일본의 땅 네 평 가격과 맞먹을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 당시 도쿄만 팔아도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당시 일본의 토지 자산 규모는 지금의 두 배에 달했지만, 현재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한일 양국의 땅값이 얼마나 급등했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일본에서는 이제 ‘내 집 마련’에 대한 강박이 크게 줄었습니다. 수억 원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보다는, 그 자산을 다른 곳에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가진 돈이 많지 않더라도 대출이 가능하다면 무조건 집을 사야 한다는 분위기가 여전합니다.

이러한 부동산에 대한 인식 변화는 일본에서 도시화 과정과 베이비붐 세대의 내 집 마련 열기가 사그라들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90% 이상의 높은 도시화율을 기록했고, 제2차 베이비붐 세대의 내 집 마련 열기도 곧 마무리될 것입니다. 더욱이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훨씬 빠릅니다.

이러한 요인들을 종합해 볼 때,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 구조는 10~20년 후 노후 생활에 큰 불안 요소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물론 단기적인 부동산 시장 전망은 어렵지만, 노후 대비라는 큰 그림 안에서는 자산 관리의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투자에 따르는 위험은 항상 존재하므로, 재산을 특정 자산에 묶어두는 것은 위험합니다. 부동산에 자산이 집중되어 있다면, 점차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늘려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퇴직 무렵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중을 절반씩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특히, 과도한 부채는 노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흔들림 없는 노후를 위한 자산 관리의 핵심입니다.

◆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 전 미래에셋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