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한류의 미래를 지킬 핵심 열쇠

한류가 세계적인 성공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러한 성과를 지속하고 대한민국이 진정한 글로벌 문화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내부의 차별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지난 십수 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한류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류는 방탄소년단(BTS)이나 드라마 <오징어게임>, 영화 <기생충>을 넘어선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케이팝(K-pop) 분야에서는 블랙핑크, 세븐틴, NCT 등이 BTS의 앨범 판매 기록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특히 스트레이 키즈는 빌보드 200 차트에서 7개 앨범 연속 1위라는 전례 없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빌보드 차트 역사상 어떤 대중음악 스타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으로, 멤버 중 두 명이 호주 국적이라는 점은 영어 소통과 군 복무 문제라는 기존 케이팝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성공은 향후 케이팝 그룹들의 안정적인 활동을 위한 모델이 되고 있으며, BTS의 복귀와 함께 케이팝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하고 있다.

이러한 한류 열풍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한국 관광의 새로운 기록이 될 전망이다. 비록 연간 3000만~4000만 명의 관광객을 기록하는 일본, 중국이나 2024년 1억 명을 돌파한 프랑스에 비하면 아직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한류의 강력한 영향력은 한국 관광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관광객 증가는 한국을 미디어로만 접하던 것을 넘어 거리에서 직접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의 한류 콘텐츠 소비를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을 직접 경험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예상치 못한 장면을 목격하기도 한다. 명동, 광화문, 건대 등 도심에서 벌어지는 과격한 구호의 혐오 시위는 관광 유튜버들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있다. 특히 올해 5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관광객들은 거리에서 중국인을 혐오하고 죄악시하는 목소리를 직접 접하며 놀라움을 표하고 있으며, 이를 보는 다른 외국 관광객들 역시 한국의 이면에 대한 충격을 받고 있다.

더욱이, 한국 미디어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소통되면서, 콘텐츠 속에 의도되거나 의도되지 않게 포함된 인종주의적 감수성이나 그러한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 세계의 한류 애호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케이팝 팬덤 내부에서는 이미 새로운 남성성, 여성성을 포함한 젠더 표현 문제가 오래전부터 중요한 이슈로 논의되고 있다. 한국 콘텐츠는 기존의 획일적인 남성성이 아닌 부드러운 남성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아이돌 문화는 전 세계 청년들에게 보다 자유로운 젠더 정체성 표현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케이뷰티(K-beauty)의 백인 중심적인 미적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인종과 피부색주의에 대한 흥미로운 토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케이팝은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 속에서 성정체성, 피부색, 인종 등 다양한 문제가 교차하며 올바름에 대한 새로운 경계를 만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하는, 소란스럽지만 건강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한류 연구자들은 한류 소비자들이 한류 콘텐츠뿐만 아니라 이를 생산한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서 새로운 가치를 경험하기를 원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압축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사회 문제를 담은 한국의 픽션물들은 선진국 시청자들에게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제공한다. 개발도상국 시청자들에게는 식민 경험, 전쟁, 분단, 독재 등 모든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룬 한국이 극복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들이 찾는 새로운 가치는 돌봄, 연대, 공동체의 선을 위한 개인의 태도 등 다양하게 논의될 수 있으며, 이는 현재 진행형인 과정이다. 한류가 만들어낸 매력은 콘텐츠 생산자와 세계 소비자 모두에게 신비로우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미로운 과정을 분석하고 담론화하는 일에는 항상 위태로움이 따른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인종주의와 성차별 문제다. <오징어게임>의 파키스탄 참가자나 <청년경찰>에 등장하는 연변 범죄자 집단처럼 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현하는 방식은 국내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연결된다. 또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과도한 미적 기준이나 드라마 속 여성 및 성소수자 재현에 대한 팬들의 토론은 현실 속 미투 운동이나 퀴어 퍼레이드 논란과 맥을 같이한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이 거리에서 마주치는 혐오 시위는 미디어를 통해 한류를 접한 이들이 한국의 차별적 현실과 마주하는 극적인 순간이 되는 것이다.

한류는 ‘밑에서부터의 세계화’, 즉 힘없는 일반 수용자들이 만들어낸 버텀업(bottom-up) 문화 현상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선한 영향력, 배려와 연대의 태도, 겸손한 자세, 그리고 크고 작은 공동체의 가치가 중시된다. 케이팝 그룹과 팬들의 관계,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인공들이 추구하는 가치 역시 이러한 맥락과 일치한다. 한류는 세계가 아닌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만들어진 비주류의 아름다움이며, 따라서 차별과 배제가 한류의 최대 적이 된다.

한류의 미래에 대한 물음에 대해, 시장 축소가 아닌 우리 내부의 차별이라는 적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때 위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한류의 미래를 위해, 지난 십수 년간 제자리걸음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