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동네, 우리 집에서 어르신들이 더욱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그리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기술 발전의 핵심이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 실현을 위한 ‘생활 인프라’로서 ‘에이지테크(Age-Tech)’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2072년에는 인구의 절반가량이 고령자가 될 전망인 만큼, 어르신들의 주거 환경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많은 어르신들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익숙한 집에서 계속 거주하길 희망하며, 건강이 악화되더라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살던 공간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지역사회 지속거주(Aging in Place)’는 어르신 삶의 질에 매우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주거복지 시스템은 저소득층이나 시설 중심으로 운영되어, 중산층 어르신이나 다양한 건강 상태를 가진 분들에게는 맞춤형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노인복지시설은 전체 고령 인구의 0.22%만이 이용 가능하며, 주택, 돌봄, 의료, 복지 서비스가 부처별로 나뉘어 제공되어 어르신들의 실제 필요에 따른 통합적인 지원이 어렵다. 특히 중소득 또는 허약한 어르신들은 이러한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핵심 열쇠로 ‘에이지테크’가 떠오르고 있다. 에이지테크는 ‘노화(Aging)’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기술을 포괄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기술 등을 활용하여 어르신들의 안전, 건강, 사회 참여, 이동, 정서적 지원 등 일상생활 전반을 돕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낙상감지 센서, 원격 건강 모니터링, 음성인식 조명, 자동 온도 조절 장치, AI 돌봄 로봇 등은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에서 더욱 안전하고 주체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미 국내에서는 통신 빅데이터와 전력 사용 패턴 분석을 통해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돕는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미국에서는 ‘자연은퇴노인 주거공동체'(NORC)를 지정하여 커뮤니티 기반의 복지, 의료, 생활 서비스를 결합하고, 여기에 센서 기반 스마트홈, 원격 건강 모니터링, AI 안부 확인 서비스 등을 더해 어르신들의 안전과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고독사 예방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대학과 연계한 시니어 레지던스에 온라인 평생 교육, 사회 참여 플랫폼, 원격 의료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 에이지테크를 적용하여 어르신들의 사회적 연결과 평생 학습, 건강 관리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미국 은퇴자협회(AARP)는 에이지테크를 연계한 고령친화 주거복지 강화가 어르신들의 자립성과 존엄성을 높이고, 돌봄 인력의 부담을 완화하며, 사회적 연결과 고독사 예방, 맞춤형 건강 관리 및 의료비 절감에 기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에이지테크가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르신들의 실제 주거 환경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공간 단위의 실증과 ‘리빙랩(Living Lab)’의 확대이다. 실제 주거 공간, 아파트 단지, 마을 등 다양한 공간에서 어르신, 가족, 돌봄 인력 등이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 방식을 통해 기술의 사용성, 수용성, 효과성을 검증하고 현장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개선을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실증 사업은 대학, 기업, 지자체, 정부 출연 연구기관, 복지 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오픈플랫폼과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되어야 하며, 우수 사례는 공공 조달 등 혁신적인 확산 경로와 연결되어야 한다.
더불어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어르신들의 일상생활 지원은 개별 주택이나 시설을 넘어, 보건, 복지, 의료, 주거, 교통, 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역사회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에이지테크를 활용한 서비스 연계를 위해서도 지역사회 내 통합된 지원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실질적인 활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법·제도적 기반 위에, 지자체의 실행력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결합된 단계적이고 포용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에이지테크는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생활 환경 조성을 맡는 국토교통부, 의료 및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보건복지부 등 각 부처별로 개별적으로 추진되는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주택, 복지, 교통, 의료 등 관련 정책과 사업이 공간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통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종합 계획 수립, 복합 사업 추진, 법·제도 연계 강화 등 거버넌스 혁신 또한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에이지테크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닌,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고 주체적으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 이해되어야 한다. 5월 26일(월)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주관 ‘에이지테크(Age-Tech) 민관 얼라이언스 착수회의’에서도 강조되었듯이, 에이지테크 실증은 반드시 어르신들의 실제 생활 공간인 공간 단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리빙랩 등 현장 기반의 실증 사업을 확대하고 지역사회 통합 지원 체계와 긴밀하게 연계해야 한다.
어르신 개개인의 다양한 요구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연계 및 공간 단위 지원을 통해, 에이지테크가 어르신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실질적인 독립과 존엄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혁신은 단일 부처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우며, 범부처·민관 협력과 사회 전체의 깊은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이야기
혁신 중소·벤처기업, 투자받기 쉬워진다… 정부-금융감독원, 협력 체계 구축
벤처천억 기업 985개 달성, 나도 억대 매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2025년부터 한국 경제 회복, 나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