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테이블 위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두고 잠시 자리를 비우는 일은 우리에게 흔한 풍경이다. 하지만 이 모습을 처음 본 외국인들은 종종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기도 한다. 우리가 타인의 물건에 손대지 않듯,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는 우리 일상 곳곳에서 발견된다. 주인이 바쁜 노점상 앞에서 손님 스스로 돈을 내고 거스름돈을 챙겨가는 모습, 지하철역의 양심 가판대, 가게 밖에 진열된 물건들이 그렇다. ‘밤늦게 혼자 걸어도 비교적 안전한 나라’라는 외신 평가 역시 우리 사회가 쌓아온 신뢰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예의를 중시하는 동쪽 나라’라는 뜻의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려왔다. 이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공동체의 중요한 가치였음을 의미한다. 심지어 고대 중국의 사상가 공자도 ‘군자가 사는 나라’라며 한반도에 와서 살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기록이 있다.
물론 ‘예’라는 말이 낡고 형식적인 문화로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그 본질은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어른을 공경하고 약자를 배려하며, 줄서기나 분리수거처럼 공동의 약속을 지키는 모든 행동이 여기에 포함된다. 세계 곳곳에 설치된 유영호 작가의 ‘그리팅맨’ 작품은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통해 이러한 존중의 문화를 현대적으로 보여준다.
첨단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빠르게 변해도 사람 사이의 신뢰와 예의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일 것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카페의 풍경은 우리가 오랫동안 지켜온 소중한 자부심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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