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2일
도움 요청 못 해도 나라가 먼저 손 내밀 수 있게 바뀐다

정은경 장관이 20일 울산광역시 울주군청에서 열린 '위기가구 발굴·연계 지원을 위한 관계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보건복지부 제공)

도움 요청 못 해도 나라가 먼저 손 내밀 수 있게 바뀐다

울산에서 한 가족이 어려움 속에서 세상을 떠난 비극 이후 정부가 복지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이제는 개인이 신청하지 않아도 공무원이 먼저 위기 가정을 찾아 나설 수 있게 된다.

최근 울산 울주군에서 일가족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복지 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신청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 비극을 계기로 정부가 복지 제도의 큰 틀을 바꾸기로 했다. 도움이 절실하지만 스스로 요청할 힘조차 없는 이들을 위해 나라가 먼저 손을 내밀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복지 제도는 ‘신청주의’를 바탕으로 운영됐다. 당사자가 직접 도움을 요청해야만 국가가 지원을 시작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깊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복잡한 서류를 준비하거나 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갈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번 울산의 가족 역시 지자체에서 기초생활보장 신청을 안내했지만, 끝내 신청하지 못했다.

정부는 이런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공무원의 역할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공무원이 위기 징후를 발견하면, 당사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직접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금융 정보를 확인하려면 반드시 본인 동의가 필요해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다. 정부는 이 절차를 간소화하고, 좋은 뜻으로 위기 가정을 도운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방안도 검토한다.

단순히 한 번의 지원으로 끝나지 않는다. 긴급 지원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가정은 전문 상담사와 연결해주거나 민간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할 계획이다. 일시적인 도움이 아닌, 한 가정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곁에서 살피겠다는 의미다.

이번 변화는 복지 제도가 ‘기다리는 복지’에서 ‘찾아가는 복지’로 나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이 더는 외롭게 스러지지 않도록, 더 촘촘하고 따뜻한 사회 안전망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