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소곡주는 우리 역사 기록에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술이다. 삼국시대 역사를 다룬 ‘삼국사기’에는 백제 다루왕이 곡식을 아끼기 위해 소곡주 빚는 것을 금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귀한 쌀로 빚는 술이었기에 왕이 직접 금지령을 내릴 정도였던 셈이다. 이처럼 오랜 이야기를 품은 술이 지금도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서 명맥을 잇고 있다.
소곡주는 쌀 같은 곡물을 누룩으로 발효시켜 맑게 걸러낸 청주의 한 종류다. 급하게 만들어 마시던 막걸리와 달리 여러 단계를 거쳐 정성껏 빚었기에 예부터 상류층이 즐겨 마셨다. 알코올 도수는 18도 정도로 다소 높은 편이지만, 주재료인 찹쌀 특유의 단맛이 강하게 남아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한산소곡주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효모가 살아 있어 신선한 맛이 일품인 ‘생주’와, 살균 처리를 거쳐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멸균주’다. 생주는 발효주 특유의 생생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지만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 반면 멸균주는 상온에서도 맛이 변하지 않지만, 생주만큼의 깊은 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서천 한산면에는 무려 70여 개의 양조장이 모여 저마다의 방식으로 소곡주를 빚는다. 나라가 인정한 식품명인 우희열 명인의 양조장부터, 술 빚기나 칵테일 만들기 같은 재미있는 체험이 가능한 양조장까지 다양하다. 어느 술부터 맛봐야 할지 고민된다면 ‘한산소곡주갤러리’에 방문하면 된다. 이곳에선 여러 양조장의 술을 한데 모아 소개하고 시음도 할 수 있다.
소곡주의 강한 단맛은 기름지거나 양념이 진한 음식보다는 담백한 요리와 잘 어울린다. 육회나 샤부샤부, 소고기 전골처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과 함께하면 그 매력이 배가 된다. 한산소곡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천오백 년의 시간을 담아낸 우리 문화유산이다. 한 잔의 술에서 아득한 옛이야기를 느껴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더 많은 이야기
길 잃은 동물 발견하면 이제 전국 통일 번호로 신고한다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 위해 대규모 안전 작전 펼친다
이번 주말 마곡에서 우리나라 숨은 보석 여행지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