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2일

옛 서울역, 100년의 시간을 품은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다

서울역이 100년의 역사를 기념하며 특별한 문화 공간으로 시민들을 맞이한다. 옛 서울역사는 이제 ‘문화역서울284’로 운영되며, 르네상스풍 절충주의 양식의 아름다움과 근대 건축의 기술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특히 구 서울역사 준공 10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특별전 <백년과 하루: 기억에서 상상으로>는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며 서울역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9월 30일, 서울역이 처음 준공된 날에 맞춰 개막했으며, 문화역서울284와 커넥트플레이스 서울역점을 아우르는 대규모 기획이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다.

첫 번째 전시 ‘엮어내는 기억’은 서울역의 과거를 보여준다. 중앙홀은 수많은 이별과 만남, 출발과 귀환이 교차했던 서울의 상징적인 장소로, 웅장한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미를 자랑한다. 3등 대합실에서는 100년의 시간을 담은 공간에서 서울역의 근현대사를 보여주는 사진, 사료와 함께 현대 작가들의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6·25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상징하는 작품 ‘경계’는 깊은 울림을 준다. 복도를 따라가면 시대별 서울의 모습과 철도 도시로 변모한 과정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펼쳐진다.

두 번째 전시 ‘이어지는 기억’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구성이다. 1·2등 대합실은 과거 남성 대기실이었던 공간으로, 화려한 이오니아 양식 장식과 꽃무늬 조명이 인상적이다. 당시 판매되었던 맥주와 커피를 현대 브랜드와 협업해 재현하여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보여준다. 여성 승객을 위한 부인 대합실에서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오아시스레코드와 박민준 프로듀서가 제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귀빈실은 대리석 벽난로, 샹들리에, 고급스러운 벽지로 꾸며져 화려함을 더한다. 이곳에는 덕혜옹주가 일본 유학길에 올랐던 일화가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읽어내는 상상’이라는 세 번째 챕터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과거 최대 200명을 수용했던 고급 양식당 ‘그릴’ 자리에는 미래 서울역을 상상한 작가들의 글과 서적이 전시된 서가가 마련되어 있다. ‘그릴 준비실’에서는 해방 직후 서울역 창고에서 발견된 ‘조선말 큰사전’ 편찬 원고가 공개되어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 이곳은 국내 최초의 음식 운반 전용 승강기가 설치되었던 곳으로, 기술, 서비스, 문화가 공존했던 서울역의 특징을 보여준다.

전시의 마지막 공간인 ‘소식당’에서는 돔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시대의 변화를 담고 있다. 6·25 전쟁 이후 복구된 태극 문양과 봉황, 2011년 복원된 강강술래 문양은 각각 재건의 의지와 역동적인 전통문화를 상징한다. 지하 1층에는 이번에 특별 개방된 구 서울역사와 신 KTX 역사를 잇는 통로가 있으며, 이는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 나아가 유라시아를 잇는 ‘연결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문화유산 복원의 섬세한 과정 속에서 ‘문화역서울284’는 과거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현대의 일상과 삶이 반영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옛 서울역사는 100년의 시간을 품고 근대와 현대를 잇는 도시의 기억이자,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며 생동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