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이제 우리 집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의 공간, 에이지테크로 고령사회 맞춤형 생활 인프라 구축!

2024년 12월,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고 2072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고령자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고령자분들이 익숙한 집과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고 주체적으로, 그리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에이지테크’ 기반의 생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에이지테크는 단순히 첨단 기술을 넘어,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과 자립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 이해되어야 한다.

많은 어르신들이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재 거주하던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며, 건강이 악화하더라도 익숙한 공간에서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삶을 유지하길 바란다. 이는 ‘지역사회 지속거주(Aging in Place)’의 가치가 고령자 삶의 질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주거복지 시스템은 저소득층과 시설 중심이라 중산층이나 다양한 건강 상태의 고령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노인복지시설은 전체 고령 인구의 0.22%만이 수용 가능하며, 주택, 돌봄, 의료, 복지 서비스가 부처별로 나뉘어 제공되어 고령자의 실제 필요에 따른 통합적 대응이 어렵다. 특히 중소득, 허약 고령자는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 해법으로 ‘에이지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에이지테크는 ‘노화(Aging)’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고령자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술을 포괄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 첨단 기술은 고령자의 안전, 건강, 사회참여, 이동, 정서 지원 등 일상생활 전반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낙상감지 센서, 원격 건강 모니터링, 음성인식 조명, 자동 온도조절, AI 돌봄로봇 등은 고령자가 익숙한 집에서 더욱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미 국내 한 통신사업체는 통신 빅데이터와 전력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어르신의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에서는 기존 지역사회 내 저소득 고령자 비율이 높은 공공임대주택 등을 ‘자연은퇴노인 주거공동체(NORC)’로 지정하고, 커뮤니티 기반의 복지·의료·생활 서비스를 결합하는 고령친화 주거단지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센서 기반 스마트홈, 원격 건강 모니터링, AI 안부 확인 서비스 등 에이지테크를 결합하여 고령자의 안전과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고독사 예방 등 사회적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또한,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대학과 연계된 시니어 레지던스에 온라인 평생교육, 사회참여 플랫폼, 원격의료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 에이지테크를 적용하여 고령자의 사회적 연결, 평생학습, 건강관리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미국 은퇴자협회(AARP)는 이러한 에이지테크 연계 고령친화 주거복지 강화의 효과로 고령자의 자립성과 존엄성 강화, 돌봄 인력 부담 완화, 사회적 연결 및 고독사 예방, 맞춤형 건강관리 및 의료비 절감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대응과 어르신들의 ‘지역사회 지속거주’ 의지 실현을 위해 에이지테크의 실질적인 효과 입증과 확산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고령자의 실제 생활공간, 즉 공간 단위에서의 실증과 리빙랩 확대가 필수적이다. 고령자와 가족, 돌봄 인력 등이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 방식을 통해 기술의 사용성, 수용성, 효과성을 검증하고 현장 수요에 맞는 맞춤형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실증사업은 대학, 기업, 지자체, 정부출연연구기관, 복지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오픈플랫폼 및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되어야 하며, 우수 성과는 공공조달 등 혁신적인 확산 경로와 연계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 지원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고령자의 일상생활 지원은 개별 주택이나 시설 중심을 넘어, 보건·복지·의료·주거·교통·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역사회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에이지테크를 활용한 서비스 연계도 지역사회 내 통합된 서비스가 갖추어져 있을 때 그 활용성이 담보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법·제도적 기반 위에 지자체 주도의 실행력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결합된 단계적·포용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에이지테크 기반의 고령자 노후 생활환경 조성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 부처별 개별 추진의 한계를 넘어, 주택·복지·교통·의료 등 관련 정책과 사업이 공간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계·통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종합계획 수립, 복합사업 추진, 법제도 연계 강화 등 거버넌스 혁신 역시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에이지테크는 기술 개발 자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서, 어르신이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게, 주체적으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정책의 핵심이다.

5월 26일(월)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가 주관한 ‘에이지테크(Age-Tech) 민관 얼라이언스 착수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민관 협력을 다짐하기도 하였다.

이제 어르신 개개인의 다양한 욕구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연계와 공간 단위 지원을 통해, 에이지테크가 어르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실질적인 독립과 존엄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혁신적 노력을 집중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혁신은 단일 부처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범부처·민관 협력과 사회 전체의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