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내 집, ‘돈 먹는 하마’ 될까? 부동산 편중 가계, 슬럼화·빈집 대란 대비하세요

내 집이 노후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 이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70~80%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일본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빈집과 아파트 슬럼화 문제는 우리에게도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재건축 자금 마련의 어려움과 주택 가격 하락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부동산에 치우친 자산 구조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우리보다 20년 앞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사례는 미래의 우리 모습을 보여줍니다. 2018년 848만 채였던 일본의 빈집은 2023년 900만 채로 늘었으며, 2038년에는 전체 주택의 31.5%까지 빈집이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옵니다. 특히 인구 감소와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지방뿐 아니라 도쿄 수도권에서도 빈집이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1970~80년대 인기리에 분양되었던 신도시조차 이제는 노인들만 남거나 한 집 건너 빈집인 ‘빈집 타운’으로 변했습니다.

문제는 빈집뿐만이 아닙니다. 재건축이 어려운 노후화된 아파트 단지의 슬럼화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일본의 아파트 재건축은 구분소유주 80%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경제성 부족, 소유주의 고령화, 상속자 간의 합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위치가 좋고 저층인 아파트만이 재건축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지 않은 아파트들은 슬럼화되어 빈집의 잠재적인 예비군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슬럼화된 아파트는 주변 지역의 지가 하락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일본 니혼대학 연구에 따르면, 건축 후 20~25년 된 아파트가 1% 증가하면 해당 지역 지가가 4%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필자의 일본인 친구의 사례처럼, 1984년 1억 2천만 원에 매입했던 28평형 아파트가 40년이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3천만~4천만 원에도 팔릴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재건축 또한 소유주 대부분이 고령자이고 재건축 기금 적립이 이루어지지 않아 ‘가능성 제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이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2023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국 빈집은 전년 대비 8만 가구 증가한 153만 4919채로, 전체 주택 수의 7.9%에 달합니다. 전국 시군구 절반 이상인 122곳의 빈집 비율이 10%를 넘습니다. 빈집은 단순히 농촌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신도시 개발로 인한 원도심 인구 감소로 도심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파트 슬럼화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더욱 심각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일본의 전체 주택 중 철근·콘크리트 대규모 아파트 비율은 약 10%인 반면,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전체 주택 1954만 6000채 중 64.6%인 1263만 2000채가 거의 모두 10층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입니다. 이러한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10년, 20년 후 이 수많은 아파트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정책 당국은 일본의 사례를 거울삼아 시급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개인 차원에서의 준비도 중요합니다.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 자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조조정하여 미래의 노후 빈곤 위험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