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이재명 정부, 실용외교로 미국·일본 신뢰 얻는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가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한미일 3자 협력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적인 접근 방식이 지역 협력과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신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반일, 친중 정권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3일부터 24일까지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이후 25일에는 미국 워싱턴으로 이동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연쇄 정상회담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6월 대선에서 승리하여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정부의 향후 5년간 대외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한국 외교의 미래 환경과 전략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등 여러 국제 무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최악의 경우 9월 유엔총회나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거론되었다. 그러나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고 양국 정상 간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한국 외교·안보 측면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일본 및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한국 정부의 실용외교에 대한 일본과 미국의 신뢰를 확실히 확보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일부 미국 언론에서는 그를 친중 좌파 지도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해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 않았으나, 백악관의 이메일 메시지에서는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지만, 미국은 중국이 전 세계 민주주의에 간섭하고 영향을 미치려는 것을 우려하고 반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에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선거에 승리해 새로 취임한 대통령에게 축하의 뜻을 전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재명 정부에게 이러한 일방적인 좌파 성향의 친중 정권으로 묘사되는 것은 부당하고 억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미국 트럼프 정부와 미국인들이 미중 전략적 패권 경쟁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미국의 이러한 위기의식은 한국 외교에 있어 전략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소중한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대중 견제에 한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한국의 참여와 협조 없이는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미국의 제조업 부활과 인도태평양 전략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현대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통상 협력,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만들고자 하는 트럼프 정부의 노력에 한국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크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상세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일본 이시바 정부는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임을 강조하며 민간을 포함한 한일 교류와 협력을 더욱 활발히 해 나가고 싶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러한 일본의 입장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이시바 총리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미국 방문에 앞서 일본을 먼저 찾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통해 이재명 정부는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의 발판을 더욱 공고히 하고, 한일 및 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 그리고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일본과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정계에서도 ‘매우 전략적이고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미일 3자 협력에 대한 강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2003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후 5개월 만에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당시 미국은 노무현 정권이 반미, 친중 정권이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테러 캠페인과 이라크 전쟁에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고 있었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미 정상은 한국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결정과 같은 양국의 현안 문제에 대해 생산적인 합의를 이끌어냈으며, 향후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까지 논의하게 되었다.

우려 속에 진행된 이번 한미 정상회담 역시 양국 지도자의 결단과 지혜를 통해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