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도 이제 행정 서비스, ‘천천히’ 쉽게 이용하세요

숨 가쁘게 돌아가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해 공무원들이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제 어르신들도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행정 절차를 더 쉽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어르신들은 종종 무인민원발급기 앞에서 씨름하거나 정부24에서 ‘세대주 확인’ 등의 절차를 하지 못해 읍·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민원인들을 보며 공무원들은 기술 발전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기약 없는 마라톤’을 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젊은 세대가 빠르게 디지털 행정 트랙을 달리는 동안, 어르신들은 불편하고 무거운 신발을 신은 듯 첫걸음을 망설이는 모습과 같다는 것이다.

이에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의 김윤서 주무관은 “디지털 행정이 급속히 확산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 공무원은 이 트랙에서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주자가 지쳐갈 때인 것처럼,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어르신들이 낙오되지 않도록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모바일 신분증 발급이 시작되었지만, 많은 어르신들이 애플리케이션 설치, 본인 인증, QR코드 촬영 등 발급 절차를 낯설게 느끼고 어려움을 겪었다. 이럴 때마다 공무원들은 어르신들이 할 수 있다고 격려하며 발급 과정을 천천히 안내해 주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어르신들이 센터를 나선 후에도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놓지 못하고 있다.

김 주무관은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사람의 온기만큼은 따라잡을 수 없다”며 “공무원의 역할은 단순히 행정을 처리하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공무원들은 무인민원발급기 사용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거나, 정부24 이용을 돕는 등 어르신들이 행정 서비스를 처음 접할 때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다. 또한, “나는 이런 걸 못한다”며 자녀가 오기를 기다리던 어르신들이 “처음은 어렵지만,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고 느끼게 되기를 소망한다.

김 주무관은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늦는 게 아니라는 것을, 행정 서비스를 받는 일이 생각보다 복잡하지는 않다는 것을 어르신들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행정 절차의 편의성을 넘어, 디지털 시대에서도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하려는 따뜻한 바람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