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한민국 외교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2025년 4월 10일, 한국은 193개 유엔 회원국 중 마지막으로 수교하지 않았던 시리아와 공식적으로 외교 관계를 맺었다. 이는 북한과만 수교해 오던 쿠바와의 관계 수립에 이어, 한국이 전 세계 모든 유엔 회원국과 외교 관계를 맺는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번 시리아와의 수교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극비 방중에 의해 성사되었으며, 이는 마치 한 편의 외교 첩보극을 연상케 하는 극적인 사건이었다. 조 장관은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듯, 어렵게 마련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시리아를 방문했다”고 밝히며, 양국 수교를 ‘끝내기 홈런’에 비유했다.
이번 외교 관계 수립은 시리아 내부의 극적인 변화와 맞물려 가능했다. 지난해 12월 초,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 이후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에 맞서 싸워왔던 이슬람주의 반군 세력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시리아해방기구)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며 54년간 이어진 알아사드 부자 세습 독재 정권이 막을 내렸다. 1970년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의 집권 이후 이어진 독재 체제는 쿠데타로 집권한 아버지 이래 54년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알아사드 전 대통령은 후원국인 러시아로 도주했다. 이러한 시리아 내부의 급격한 정세 변화는 한국과의 수교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한편, 이번 시리아 수교는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북한은 그동안 주요 해외 공작 거점 중 하나였던 시리아를 잃게 되었으며, 알아사드 정권 붕괴 당시 현지 북한 대사관도 서둘러 철수하는 등 외교적 난관에 봉착했다. 한국이 북한을 제외한 191개 유엔 회원국 모두와 외교 관계를 맺게 되면서, 북한의 국제 사회에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리아 정권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독재 체제 특유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억압과 통제로 내부 여론을 차단한 결과 체제 붕괴의 징후조차 감지하지 못하고 부패와 불신 속에 한순간에 무너지는 속성을 보였다. 또한,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중동 정세의 급변 역시 시리아 몰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란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우크라이나전에 발이 묶인 러시아 역시 시리아 정부군을 제대로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시리아 정권의 몰락은 북한에도 실존적인 불안감을 안겨줄 수 있다. 오랜 혈맹 관계를 유지해온 시리아와 북한은 유사시 러시아와의 군사 동맹에 생존을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북한은 최근 미국과 러시아 간의 관계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2025년 1월 HTS의 수장인 아흐메드 알샤라는 시리아 과도정부의 대통령으로 취임했으며, 전쟁으로 붕괴된 경제와 국가 제도를 복구하고 헌법 채택 및 선거 시행까지 최대 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전 이후 경제가 85% 이상 위축되고 인구의 90%가 빈곤선 이하에 놓인 절망적인 상황이 시리아의 최대 과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리아는 한국의 경제 성장 비결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발전 모델을 배우기 위한 실무 대표단을 파견할 의사를 밝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역시 개발 경험 공유, 인도적 지원, 경제 재건 협력을 제안했다. 한국은 중동 국가들에게 아시아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시장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룬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우리의 경험이 새로운 시리아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과 확신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 많은 이야기
페어소프트, TA 어소시에이츠로부터 투자를 유치한다.
뉴욕, ‘Beyond Bucharest’ 플랫폼 공개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 발표, 외환시장 구조 개선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