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03일

부동산 비중 줄이고 금융자산 늘려야 하는 이유: 노후 대비 자산관리 원칙

노후 준비를 위해 가진 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쏠려 있다면, 이제는 금융자산 비중을 늘려 부동산 비중을 줄여나가야 할 때이다. 퇴직 무렵에는 선진국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을 절반씩 맞추는 것이 노후 대비 자산관리의 중요한 원칙이다. 특히 과도한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기준 주요국 가구당 순자산 통계에 따르면, 구매력평가환율로 계산한 우리나라의 가구당 순자산은 62만 달러(약 8억 4800만 원)로 일본의 52만 2000달러(약 7억 1400만 원)보다 많다. 시장환율로 계산했을 때도 우리나라는 44만 3000달러(약 6억 6000만원)로 일본의 42만 1000달러(약 5억 7600만원)보다 많다. 이는 우리나라 가계가 일본 가계보다 부자처럼 보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산 구조에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다.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75%가 부동산으로 구성되어 있고 금융자산은 25%에 불과하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 가구의 경우, 자산의 80~90%가 부동산이라는 통계도 있다. 반면 일본과 미국의 경우, 가계 자산의 60~70%를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부동산 비중은 30~40%에 머물러 있다. 즉, 우리나라 가계는 일본, 미국과 정반대의 자산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산 구조는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만 유리할 뿐,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경우 노후 생활에 큰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인구 감소, 고령화, 경제 불황 등의 이유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던 일본의 경험을 볼 때,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 땅값의 현재 수준을 일본과 비교해보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남한의 넓이는 약 10만 400㎢로 일본 열도(37만 8000㎢)의 약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토지 자산 규모는 1경 2093조 원에 달한다. 이는 일본의 토지 자산 규모(당시 환율 기준 약 1경 1593조 원에서 1경 2941조 원)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큰 수치다. 즉, 우리나라의 땅 한 평 가격이 일본 땅 네 평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1980년대 후반 일본의 극심한 부동산 버블 시기를 경험했던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당시 일본은 도쿄만 팔아도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으나, 이후 인구 감소, 고령화, 경제 불황 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장기 하락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 3대 도시의 택지 지가지수(1982년=100)는 1991년 290까지 치솟았다가 2012년에는 102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일본인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현재 일본에서는 ‘집이 없어도 빌려 살면 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금융자산이 있다면 집을 사기보다는 금융자산을 다른 곳에 활용하는 것을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가진 돈이 적더라도 무조건 집을 사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물론 한국과 일본 모두 농경 문화를 기반으로 정착해 살아온 문화적 특성상 내 집, 내 땅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도시화 과정과 베이비붐 세대의 내 집 마련 러시가 끝나면서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화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도시화율이 90%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며, 제2차 베이비붐 세대의 내 집 마련 수요도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저출산과 고령화가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10~20년 후 노후 대비 관점에서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 구조는 불안정성을 키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단기적인 부동산 시장 전망은 어렵지만, 노후 대비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관리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는 항상 위험을 수반하므로, 재산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부동산에 집중된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늘려, 퇴직 시점에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을 절반 정도로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과도한 부채를 안고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자산관리의 핵심 원칙이다.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는 과거 대우증권 도쿄사무소장 시절 일본의 고령화 문제를 직접 경험하며 노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현재까지 품격 있는 노후 설계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