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국립극장 <세계 음악극 축제>에서 즐기는 동아시아 음악극의 향연, 나도 참여할 수 있다!

이제 동아시아 음악극의 다채로운 세계를 국립극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국립극장이 9월 3일부터 28일까지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이하 ‘세계 음악극 축제’)를 개최하며, 특히 올해는 ‘동아시아 포커싱(Focusing on the East)’을 주제로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전통 음악 기반 음악극을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창극을 중심으로 동시대 음악극의 흐름을 짚어보는 이 축제는 총 9개 작품, 23회 공연으로 약 한 달간 이어진다.

이번 <세계 음악극 축제>는 창극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국립극장의 새로운 시도다. 창극은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되 여러 배우가 각 배역을 맡아 연극적인 형태로 공연하는 한국 고유의 음악극으로, 1900년대 초 형성되어 오늘날까지 발전해왔다. 판소리의 창, 아니리, 발림 등 주요 요소를 활용하면서도 다인극 형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판소리와 차별화된다.

축제의 개막작으로는 국립극장 제작 공연인 국립창극단의 신작 <심청>이 무대에 올랐다. <심청>은 고전소설 속 효녀 심청 이야기를 다루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넘어 억압받았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재해석했다. 2017년 ‘올해의 연출가’로 선정된 요나 김이 극본과 연출을 맡아 전통 판소리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시각을 더했다. 비록 필자는 직접 관람하지 못했지만, 주변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축제의 뜨거운 열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해외 초청작과 국내 초청작, 그리고 국립극장 제작 공연이 마련되어 있다. 9월 13일에는 해외 초청작 <죽림애전기>와 국내 초청작 <정수정전>이 연이어 공연되었다. 특히 <죽림애전기>는 홍콩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이 관람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죽림애전기>는 중국 월극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가면을 쓴 배우들이 노래, 춤, 연기, 무술을 결합하여 위나라 말기에서 진나라 초기를 배경으로 ‘죽림칠현’ 후손들의 삶을 그려낸다. 2023년 홍콩 아츠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이번 축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이날 <죽림애전기>를 관람한 중국인 유학생 호곤 씨는 공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원 과제로 공연을 보러 왔으며, 무대가 바뀔 때마다 꼼꼼하게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곤 씨는 <죽림애전기>가 가정과 국가라는 두 가지 측면을 아름답게 표현했으며, 문화적 원형과 현대 기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국립극장의 <세계 음악극 축제>가 한국 문화정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행사이며, 창극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다양한 음악극이 어우러지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한국 문화의 우수한 콘텐츠와 높은 접근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앞으로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는 축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초청작 <정수정전>은 조선 말,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정수정이라는 여성의 서사를 판소리와 민요를 통해 풀어낸 작품이다. 부모를 여읜 후 유교 사상이 팽배했던 조선 시대,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정수정이 남장을 하고 과거 시험에 응시하며 당당하게 세상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선 말 여성들의 애환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모든 것의 중심에 자신을 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정수정전>은 배우들이 작창과 창작에 참여하는 공동 창작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여성 영웅의 이야기지만 한 인간이 자신의 이름을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세계 음악극 축제>는 단순히 공연 관람을 넘어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즐길 거리도 제공한다. 예매 관객에게는 ‘부루마블’ 판이 제공되며, 관람한 공연에 도장을 찍고 이를 적립하여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9개 도장을 모으면 한정판 축제 굿즈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축제는 국립극장의 프로그램 외에도 광주아시아문화전당, 국립민속국악원, 전북도립국악원, 대전시립국악원이 주관하는 한·중·일 공연이 연계 프로그램으로 준비되어 있다. 향후 다양한 해외 작품 초청과 국내외 작품 협업을 통해 전 세계 다채로운 음악극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글로벌 축제로 확장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극장 누리집(ntok.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