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하반기 왕릉팔경, 나도 참여할 수 있다!

2025년 하반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과 궁궐을 직접 걸으며 역사 속으로 떠나는 특별한 여행 프로그램 「2025년 하반기 왕릉팔(八)경」이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 시민들에게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왕릉의 숨겨진 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생생하게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왕릉팔경 프로그램은 11월 10일까지 총 22회에 걸쳐 진행된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은 ▲8월 21일(9월 예약), ▲9월 25일(10월 예약), ▲10월 16일(11월 예약)에 예정된 예약일에 맞춰 신청할 수 있다. 예약은 매회 오전 11시부터 네이버 예약(https://naver.me/xB43M7q0)을 통해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회당 참가 인원은 25명이며, 한 사람당 최대 4명까지 예약 가능하다. 어르신,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전화예약(02-738-4001)을 통해서도 참여할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특히 순종황제 능행길을 포함하여 대한제국 황실 관련 유적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기자는 2025년 9월 초, 이 새로운 여정에 참여하며 조선과 대한제국의 왕릉 문화를 직접 비교하고 근대 전환기의 역사와 문화를 몸소 체험하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은 구리 동구릉에서 시작하여 남양주 홍릉과 유릉까지 이어진다. 동구릉은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을 비롯해 총 9기의 왕릉이 모여 있는 조선 최대 규모의 능역으로, 다양한 시대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해설사의 안내를 통해 능역의 구조, 제향의 의미, 그리고 능묘에 담긴 정치적 배경을 차근차근 배울 수 있다. 특히, 조선 전기에는 없었던 표석이 송시열의 상소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나, 표석에 전서체가 사용된 이유 등은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을 알려준다.

이어지는 순종황제 능행길에서는 대한제국의 제2대 황제이자 마지막 황제였던 순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1908년, 순종이 반포한 「향사리정에 관한 건」 칙령은 제사 횟수를 줄이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데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동구릉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은 ‘사후에는 고향의 억새를 가져와 무덤에 심어 달라’는 태조의 유훈을 따라 6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억새로 봉분을 덮고 있어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봉분 주위의 병풍석, 난간석, 호랑이와 양 석상, 망주석, 그리고 능 전체를 감싸는 곡장 등은 왕릉으로서의 위엄을 나타낸다. 또한, 정자각은 제물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는 중심 건물로, 신로와 어로의 분리는 산 자와 죽은 자의 구분을 상징한다.

추존왕의 능 또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생전에 왕이 아니었으나 아들이 왕위에 오르면서 추존된 경우, 그들의 무덤은 ‘능(陵)’이라 불리지만 정통 왕릉과는 구분되는 특징을 지닌다. 수릉의 표석에는 ‘조선국 익종대왕 수릉 신정왕후 부우’라 새겨져 있어, 익종대왕(문조)과 신정왕후가 함께 모셔졌음을 알 수 있다.

조선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세 기의 봉분이 나란히 배치된 삼연릉은 헌종과 두 왕비(효현왕후·효정왕후)가 합장된 경릉이다. 봉분이 세 기 나란히 조성된 것은 왕과 왕비의 위계 원칙에 따라 서열대로 배치된 결과이며, 비석에 새겨진 ‘부좌(附左)’ 표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홍릉과 유릉은 기존 조선 왕릉의 형식을 벗어나 대한제국 황릉의 양식을 따른다. 1897년 대한제국 선포 이후 체제가 황제국으로 전환되면서 능의 조영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으며, 석물의 배치, 봉분의 규모, 향어로의 장식 등에서 황제의 권위를 강조했지만, 그 화려함 속에는 주권을 상실한 민족의 아픔이 깃들어 있었다.

이번 왕릉팔경 프로그램은 단순한 역사 탐방을 넘어, 미래 세대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이어갈 것인가를 묻는 중요한 자리다. 오늘날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왕릉이 지닌 아름다움과 그 뒤에 담긴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오늘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