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과 동네에서 더욱 안전하고 주체적으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에이지테크(Age-Tech)’가 핵심적인 생활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넘어,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 실현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이 에이지테크 혜택, 누가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노인의 87.2%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재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하길 원하며, 건강이 나빠져도 익숙한 공간에서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지내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지역사회 지속거주(Aging in Place)’ 바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에이지테크가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이지테크는 ‘노화(Aging)’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고령자의 안전, 건강, 사회참여, 이동, 정서 지원 등 일상 전반을 돕는다. 예를 들어, 낙상감지 센서는 위급 상황을 즉시 알리고, 원격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은 건강 상태를 꾸준히 체크해 준다. 또한 음성인식 조명이나 자동 온도조절 장치는 집안 활동을 더욱 편리하게 하며, AI 돌봄로봇은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 이미 국내 한 통신사는 빅데이터와 전력 사용 패턴을 분석해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에서는 ‘자연은퇴노인 주거공동체'(NORC)를 지정하여 커뮤니티 기반의 복지·의료·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며, 여기에 센서 기반 스마트홈, 원격 건강 모니터링, AI 안부 확인 서비스 등 에이지테크를 결합해 고령자의 안전과 건강을 실시간 관리하고 고독사 예방에 힘쓰고 있다. 또한,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시니어 레지던스에 온라인 평생교육, 사회참여 플랫폼, 원격의료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 에이지테크를 적용하여 고령자의 사회적 연결과 평생학습, 건강관리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에이지테크 연계 고령친화 주거복지 강화는 고령자의 자립성과 존엄성을 높이고, 돌봄 인력의 부담을 줄이며,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고 고독사를 예방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맞춤형 건강관리와 의료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에이지테크의 진정한 가치와 확산을 위해서는 실제 고령자의 주거 및 생활 환경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리빙랩(Living Lab)’ 방식의 실증 사업이 필수적이다. 실제 주거 공간, 아파트 단지, 마을 등 다양한 공간 단위에서 고령자, 가족, 돌봄 인력이 직접 참여하여 기술의 사용성, 수용성, 효과성을 검증하고 현장 수요에 맞는 맞춤형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실증 사업은 대학, 기업, 지자체, 정부 출연 연구기관, 복지기관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추진되어야 하며, 우수성과는 공공조달 등 혁신적인 확산 경로와 연계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 지원 체계 구축도 시급하다. 고령자의 일상생활 지원은 개별 주택이나 시설을 넘어 보건, 복지, 의료, 주거, 교통, 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역사회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에이지테크를 활용한 서비스 연계도 지역사회 내 연계될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갖추어지지 않으면 그 활용성이 담보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법·제도적 기반 위에 지자체의 실행력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결합된 단계적이고 포용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에이지테크에 기반한 고령자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환경 조성은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생활환경 조성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의료·돌봄 서비스 지원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등 부처별로 개별적으로 추진되는 한계를 넘어, 주택, 복지, 교통, 의료 등 관련 정책과 사업이 공간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계·통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종합계획 수립, 복합사업 추진, 법제도 연계 강화 등 거버넌스 혁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에이지테크는 기술 자체보다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 이해되어야 한다. 어르신이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게, 주체적으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정책의 핵심이다. 5월 26일(월)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가 주관한 ‘에이지테크(Age-Tech) 민관 얼라이언스 착수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노력처럼, 이러한 혁신은 단일 부처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범부처·민관 협력과 사회 전체의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어르신 개개인의 다양한 욕구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연계와 공간 단위 지원을 통해, 에이지테크가 어르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실질적인 독립과 존엄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노력을 집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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